
한국투자증권 등 한샘 대주단은 이런 상황에서도 올해 재무약정 테스트를 면제해주기로 지난달 합의했다. 담보 가치가 대출 원금 아래로 떨어지자 돈을 빌려준 대주단이 돈을 빌린 IMM PE에 오히려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대주단은 IMM PE가 한샘 실적과 기업가치를 다시 높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도 한샘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201억원) 대비 56.7% 급감한 87억원에 그쳤다.
스카이레이크가 인수한 솔루스첨단소재도 상황이 비슷하다. NH투자증권 등에서 3000억원의 인수금융을 빌린 스카이레이크는 2차전지 업황 악화로 솔루스첨단소재 실적이 고꾸라진 탓에 지난해 재무약정을 지키지 못했다. 스카이레이크는 결국 룩셈부르크에 있는 동박 사업 공장을 중국 경쟁사에 매각한 뒤 대금 일부를 차입금을 갚는 데 쓰는 조건으로 웨이버(재무약정 적용 면제) 승인을 받았다. 대주단을 설득하기 위해 전체 대출 약정액의 1%를 수수료로 지급하기도 했다. 스카이레이크가 보유한 솔루스첨단소재(약 41%)의 가치 역시 이미 대출 원금 아래로 떨어졌다.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도 구강 스캐너 기업 메디트의 인수금융 재무약정 위반 문제를 지난달 가까스로 해결했다. MBK·UCK는 웨이버 승인을 받기 위해 1236억원을 추가로 투자하고 이 중 1089억원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기로 했다. 내년에도 실적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면 가산금리를 붙인다는 조건도 달았다. 메디트 실적이 악화하면 대출금리가 인상되고 재무구조는 더 망가질 우려가 있다.
VIG파트너스가 포트폴리오사인 스마트스코어를 통해 투자한 마제스티골프는 재무약정 위반에 따른 가산금리 늪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인수금융 금리가 이미 연 8.8%에 달하는 상황에 웨이버 승인을 받기 위해 3%포인트를 추가 수수료로 후납하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재무약정 위반이 발생하고 웨이버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회사 경쟁력이 점점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솔루스첨단소재가 해외 공장을 매각한 것처럼 한샘은 재무약정 조건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서울 상암동 본사 사옥을 매각한 뒤 임차료를 지급하며 사용하고 있다. 한샘은 재무약정 위반으로 1% 가산금리도 부담하고 있다. ‘실적 악화→재무약정 위반→핵심 자산 매각·가산금리 부담→실적·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다.
PEF가 투자한 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주단은 원금 회수를 위협받고 있지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신용 거래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에겐 일정 수준 이하로 주가가 떨어지면 반대매매를 통해 대출을 회수하지만 PEF엔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재무약정 위반을 이유로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하는 건 대출 부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손실을 확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담당자들이 이를 회피하기도 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이후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증권사 등이 앞다퉈 인수금융 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투자 심의 기준이 허술해지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PEF들이 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가산금리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급한 불만 꺼가며 인수금융 부실을 키우는 행태가 잇따른다”며 “‘제2 홈플러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 차원의 디테일한 관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재무약정
대주단이 대출을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위해 설정한 안전장치. 보통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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