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위성통신 시장은 스페이스X가 인프라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모뎀 칩을 누가 선점할 것이냐는 아직 ‘무주공산’인 상황이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AI 칩 강자들도 모뎀 칩 분야에서는 퀄컴, 삼성전자 등의 장벽에 막혀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아직 뚜렷한 규칙과 주도 기업이 없는 위성통신용 AI 모뎀 칩 시장에서 삼성이 AI 가속기(NPU)를 장착한 ‘엑시노스 모뎀’으로 ‘사실상 표준’을 확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모뎀 칩은 스마트폰이 네트워크(3G·4G·5G)와 통신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핵심 반도체다.
삼성은 모뎀 칩 시장에서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기업이다. 구글 픽셀폰에 지상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위성과 단말기를 연결하는 비지상망네트워크(NTN)용 모뎀을 공급한 경험도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선 여전히 퀄컴이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5세대(5G) 모뎀 기술의 표준 특허(IPR) 보유량이 압도적인 데다 글로벌 통신사와의 호환성 검증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구축해놨다. 중저가 휴대폰용 모뎀 칩을 만드는 대만 미디어텍도 강력한 경쟁자다.
삼성이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용 AI 모뎀 칩 공급사로 확정되면 전에 없던 광대한 시장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엑시노스라는 자체 모뎀 칩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 스마트폰 갤럭시에 장착하는 등 외부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퀄컴, 미디어텍 등 경쟁사보다 빨리 AI 모뎀 칩 시장을 선점한다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수년 전부터 NPU를 자체 개발해왔다. 자사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시리즈에 적용하면서 성능을 고도화했다. 2018년 출시한 ‘엑시노스 9 9820’에 처음으로 NPU 회로를 도입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NPU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에는 NPU 개발 인력을 2030년까지 현재의 열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6에 들어갈 ‘엑시노스 2600’ AP에도 NPU가 적용된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