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는 23일 장중 3902.21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3900선을 넘었다.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 전환해 3845.56으로 마감했지만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증권가 전망이다.
국내 증시 활황은 대기업이 이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3분기 이후 코스피 대형주지수는 28.91% 급등했다. 코스피 중형주지수는 같은 기간 8.5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피 소형주지수는 오히려 0.21% 하락했다. 200개 대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 또한 같은 기간 29.37% 올랐지만, 코스피200을 제외한 코스피지수의 상승폭은 5.09%에 불과했다.
주요 대기업 그룹의 시총도 급증하고 있다. 상장 계열사 합산 시총을 기준으로 상위 10개 그룹의 시총은 지난 2분기 말 1602조8883억원에서 이날 2180조4202억원으로 577조5319억원 불어났다. 1분기 말(1310조8779억원)과 비교하면 시총 규모가 870조원(66.3%) 커졌다.
삼성그룹 시총이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힘입어 올 2분기 말 대비 약 266조원 증가했고, SK그룹 또한 151조원가량 늘었다. 그간 부진하던 LG그룹도 2차전지 관련 업종의 반등에 힘입어 같은 기간 시총이 53조원 불어났다. 관세 직격탄을 맞았던 현대차그룹 시총 또한 24조원 증가하며 상승 시동을 걸고 있다. 상위 10대그룹주 시총이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63.8%에서 68.9%로 커졌다.
한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자금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실력 대비 저평가된 대기업에 관심이 쏠렸다”며 “특히 반도체, 자동차에 편중된 대만, 독일에 비해 산업이 고르게 분포한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각 산업 경쟁력을 유지한 게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장기적 관점에 기반한 한국식 경영 덕분에 조선, 방산, 원전, 전력기기 등 10년 전만 해도 사양산업 취급을 받던 업종이 주도주로 떠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마스가 프로젝트’와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는 국내 조선 3사 및 두산에너빌리티가 2010년대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으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킨 게 대표적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스티브 잡스 생전 장기투자에 집중하던 애플은 이후 단기배당에 몰두하며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졌다”며 “장기적 관점의 경영이 없었다면 국내에서도 과거 적자를 본 현재 주도주들 대부분은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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