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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 키 180cm까지 컸으면"…부모들 자녀에 수면유도제까지 먹여

입력 2025-10-23 17:54   수정 2025-10-23 23:52

아이들의 키 성장을 위해 불필요한 수면유도제까지 활용되고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키 성장을 향한 과도한 욕심이 아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잘 먹고 잘 놀도록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게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황일태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회장은 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학회 창립 30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소문이나 온라인 광고에 현혹돼 아이들에게 영양제를 과도하게 먹이는 학부모가 많다”며 “최근엔 아이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인 사례까지 있다”고 말했다. 미용적 관점에서 큰 키를 선호하는 추세가 강해진 게 자칫 사회 문제로도 확산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학회는 이날 만 5~18세 자녀를 둔 부모 2012명을 대상으로 한 아이들 성장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 부모들이 원하는 자녀의 최종 키는 남성 180.4㎝, 여성 166.7㎝로 집계됐다.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의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에서 나온 20대 평균 키(남성 174.4㎝·여성 161.3㎝)보다 5㎝가량 크다.

아이 성장에 열망이 커지며 영양제를 과다 복용하게 하는 사례도 늘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학부모 10명 중 3명은 자녀의 키 성장을 위해 성장보조제(28%)와 칼슘제(33.9%), 비타민D(32.4%) 등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만 5~6세 미취학 아동은 칼슘·비타민D 섭취 비율이 40%에 달했다. 어릴 때부터 영양제를 상당히 많이 복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황 회장은 “한 아이가 서너 가지 영양제를 동시에 복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부족하지 않은 영양소를 과잉 섭취하면 신체 균형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키 크는 주사’로 알려진 성장호르몬 주사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 현황’에 따르면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1500억원을 넘어섰다. 2020년(596억8100만원) 대비 2.6배 급증했다.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처방 약인 수면유도제뿐 아니라 식욕 촉진제 등을 해외 직구나 비공식 유통 경로를 통해 구입해 아이에게 투여하는 학부모도 있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뛰어놀고, 잘 자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도록 돕는 것이 성장의 기본”이라고 했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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