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시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조성하기로 한 ‘프레아 앙엥 보행친화 거리’ 사업을 전면 보류했다고 밝혔다. 총사업비는 15억원 규모이며, 1.3㎞ 구간 도로를 보행 중심 거리로 바꿔 주변 관광 상권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세종대로 사람숲길, 차 없는 종로,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등 정책 경험을 전수하는 방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사업은 개발도상국에 도시정책 경험을 공유하는 ‘ODA 챌린지’ 프로그램의 하나로 추진돼 왔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로 사업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해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경상북도도 올해 편성한 캄보디아 ODA 예산 7억5000만원의 집행을 잠정 중단했다. 도는 지난해 캄보디아와 ‘어나더(another) 경북(K) 프로젝트’ 양해각서를 맺고 후속 사업을 추진해왔다. 캄보디아가 661만여㎡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도가 약 7억원을 투입해 캐슈너트 스마트팜과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한 관련 농기계 구입 등 절차가 최근 올스톱됐다. 도는 지난해까지 도정기 85대와 소방펌프차 10대 등을 지원한 바 있다.
경기도도 2020년부터 5년간 캄보디아에 26억원 상당의 물품과 용역 등을 지원해왔으나 최근 사태로 추가 집행을 유보했다. 도는 지난 11일 캄보디아에 파견한 ‘경기청년 기후특사단’ 소속 단원 34명을 조기 귀국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광역단체들이 캄보디아 ODA 사업을 중단한 것은 현지에서 한국인 납치·사망 사건이 잇달아 국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잇따른 범죄 소식으로 현지 치안 불안이 부각되며 ODA 실효성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4건에서 2024년 220건으로 급증했고 올해 8월 기준 330건에 달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 여론 악화 등을 이유로 캄보디아 ODA 감액과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앞서 체결한 다년도 약정과 국제협력 약속을 임의로 파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패키지형 수주와 연계된 사업이 적지 않아 예산을 급히 줄이면 그 프로젝트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라며 “다만 캄보디아 치안 악화 등 리스크를 더욱 면밀히 검토해 향후 ODA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권용훈/김영리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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