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HDC그룹의 유통 계열사 HDC아이파크몰에 따르면 올 1~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급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약 6300억원의 매출 달성이 유력하다. 2022년 4000억원, 2023년 5000억원을 차례로 돌파한 데 이어 올해 처음 6000억원마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객도 2021년 약 3200만 명에서 올해 40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방문객은 하루평균 11만 명에 이른다.
아이파크몰의 차별화 전략은 ‘덕후의 성지’라는 정체성 확립이다. 3층 공간을 개조해 지난 7월 조성한 ‘도파민 스테이션’이 대표적이다. 기존에 휴대폰, 카메라 매장이 늘어서 있던 상권을 2023년부터 일본 서브컬처와 게임, 애니메이션 중심의 복합공간으로 바꿔나갔다. 닌텐도 공식 매장, ‘귀멸의 칼날’과 ‘원피스’ 굿즈를 판매하는 SMG 스토어, 반다이남코의 피규어 매장, 경품 뽑기 전문점 이치방쿠지 등이 들어섰다. 도파민 스테이션의 하루평균 방문객은 새 단장 이후 한 달 만에 약 1만4000명에서 3만 명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쇼핑몰 곳곳에 1000대가량 설치한 ‘가챠’(캡슐토이) 머신도 마니아를 불러 모으고 있다. 벽면, 통로를 가챠 기계로 가득 메운 가챠존은 전국에서 온 가챠 마니아가 줄 서는 명소가 됐다. 가챠 매출은 올 들어 7월까지 15억원, 8월까지 17억원으로 계속 늘고 있다. 월 2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오프라인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희소성 높은 경험이 방문객을 끌어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덕후를 끌어모으는 또 다른 콘텐츠는 스포츠다. 아이파크몰은 7층 루프톱에 최근 파델 전용 구장을 열었다. 파델은 테니스와 스쿼시를 결합한 스페인식 라켓 스포츠다. 아이파크몰에 자리 잡은 4개의 코트(총 1820㎡)는 1년 새 2만여 명이 이용했다. MZ세대뿐 아니라 60~70대 장년층도 온다. 옥상에는 실외 7면, 실내 1면을 갖춘 풋살장이 있다. 연간 35만 명이 찾는 이곳은 ‘풋살 덕후의 성지’로 불린다.
몰 전체가 취향의 놀이터로 바뀌자 1호 플래그십 매장을 내기 위한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건담베이스를 운영하는 반다이남코는 7월 ‘반다이남코 코리아 스토어’를 열었다. 반다이남코의 글로벌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코리아’란 국가명이 붙은 매장을 내줬다. 무인양품은 이곳에 ‘무인양품 서울’을 개점했다. 오는 12월엔 무신사가 2910㎡ 규모 초대형 ‘무신사 메가스토어 1호점’을 연다. 유튜버 와인킹의 무인 시음 매장 ‘와인무’, 한화푸드테크의 ‘63뷔페 파빌리온’ 등도 모두 첫 외부 매장으로 아이파크몰을 택했다. HDC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유통사라면 누구나 유치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앞다퉈 몰려와 덕후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함께 트렌드를 구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몰의 집객 효과는 리빙·가구 매출로도 확산했다. 도파민 스테이션이 있는 리빙파크 3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 이동 동선이 상층부로 확대돼 최근 17개월간 리빙 매출은 평균 30% 증가했다.
아이파크몰은 올해 ‘기분MD(상품기획자)’라는 내부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매장 조명, 향기, 음향·콘텐츠를 조합해 소비자가 ‘기분 좋게 머무는 공간’을 설계하는 전략이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덕후가 머물고, 놀고, 소비하는 ‘경험형 유통 실험실’을 표방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이파크몰은 가성비 경쟁에서 벗어나 ‘경험비’(experience value)로 승부해 성공했다”며 “상품보다 콘텐츠, 가격보다 취향을 파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대표적 오프라인 매장”이라고 평가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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