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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랠리’에서 소외돼온 낸드플래시가 AI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세계 5위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샌디스크(티커 SNDK) 주가가 급등했다. AI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 건설되자 데이터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다. 추가 주가 상승 여력도 크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 늘자 낸드 수혜

23일 나스닥에 따르면 샌디스크 주가는 지난 한 달간(9월 23일~10월 22일) 38.11% 상승했다. 2016년 웨스턴디지털에 인수된 샌디스크는 올해 2월 분사해 재상장됐다. 상장 후 한동안 주당 30~40달러대에 머물렀으나 전날 146.95달러까지 뛰었다. 올해 상승폭만 따지면 300%를 훌쩍 넘는다.
샌디스크는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한 저장장치를 생산하는 회사다. 하나의 SSD에는 여러 개의 낸드플래시 칩이 들어간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2020~2021년 슈퍼사이클을 타고 호황을 누렸지만, 2022년부터 침체기에 들어갔다.
업황이 반전된 건 AI 산업이 연산에서 추론 단계로 영역을 넓히면서다. 추론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응답하는 단계로, 이 과정에서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저장장치가 필수적이다.
AI 데이터센터에 낸드플래시 기반 eSSD(기업용 고성능 SSD)가 대거 도입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에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HDD보다 입·출력이 빠르고 효율이 높은 eSSD로 전환되는 추세다. 구글, 아마존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인프라 사업자)의 eSSD 대량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29년까지 글로벌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34%가 AI 용도로 사용되고, 총 290억달러(약 41조원) 규모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에는 낸드플래시 공급이 수요보다 최대 8% 적은 ‘낸드 쇼티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샌디스크 주가 여전히 저평가”
업황이 좋아지면서 샌디스크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 8월 발표한 2025회계연도 4분기(4~6월) 실적을 보면 매출이 19억달러, 주당순이익(EPS)이 0.29달러였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데이비드 게클러 샌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수요 증가와 업계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강화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마진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음 분기 예상 매출을 21억~22억달러로 제시했다. 이 또한 월가 전망치(19억8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제2의 HBM’으로 불리는 고대역폭플래시메모리(HBF) 개발에 뛰어든 점도 주가 상승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월가에서는 샌디스크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HBM을 앞세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달리 샌디스크는 상대적으로 늦게 AI 랠리에 올라탔다는 점에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년간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AI 투자 시장에서 소외됐지만 최근 성장세가 회복되고 있다’며 샌디스크를 반도체 부문 최선호주로 꼽았다.
월가 목표주가도 상향되고 있다. 제프리스는 최근 샌디스크가 주당 180달러까지 뛸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기존 목표치(60달러)의 세 배다. 제프리스는 “샌디스크는 지난 12개월 동안 10.4%의 수익 성장을 달성했다”며 “메모리칩 제조업체에 대한 긍정적인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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