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이날 금융 안정에 대한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은 다소 완화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금리 인하를 재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특히 “금리로 부동산 가격을 완벽히 조절할 수 없다”며 “부동산 가격이 높으면 계속 (금리를 동결한 채) 기다린다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더 과열될지 판단하겠지만, 금리 인하를 안 했을 때 경기가 훨씬 더 나빠질지도 같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높아지더라도 한동안 낮았기 때문에 당분간 잠재성장률보다 성장률이 높아야 한다”며 “이런 ‘아웃풋 갭’(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이)을 따라가는 동안에는 금리를 계속 낮춰야 한다”고도 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날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소수 의견도 나왔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주택시장 관련 금융 안정 상황이 우려되나 국내총생산(GDP) 갭률이 상당폭 마이너스 수준을 지속하는 현 상황에서 가급적 이른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경기·금융 안정 영향을 지켜보면서 향후 금리 결정을 이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금통위원들의 입장도 기존보다 다소 매파적으로 바뀌었다. 3개월 후 금리를 전망하는 ‘포워드가이던스’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이내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금리 인하 전망이 8월 5명에서 1명 줄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시점에 관해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그는 “3개월 후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 수가 변한 것을 보면 ‘인하 기조는 계속되지만 인하 폭과 시기가 조정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맞다”면서도 “11월까지는 한·미, 미·중 관세협상, 반도체 사이클 등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채권 금리는 일제히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3%포인트 오른 연 2.605%에 거래를 마쳤다. 3월 28일(연 2.629%) 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외국인이 최근 며칠 새 한은이 금리 인하를 시사할 것에 베팅해 국채 3년물 선물을 대량으로 매수했다가 금통위 이후에 대거 빠져나간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 기관은 매수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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