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위해 입찰을 진행한 결과, 전체 31건의 제안 가운데 한국 선박으로 운송하는 ‘FOB 방식’ 제안은 4건(1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가 FOB 계약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우대하는데도 LNG 생산국들이 자국 선박을 중심으로 한 수출 체계를 강화하면서 제안 자체가 드물어지는 추세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상황에서 수송까지 외국 선박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LNG 수입 입찰에서 접수된 31건의 제안 중 FOB(Free on Board·구매자가 운송 부담) 방식은 4건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27건(87%)은 DES(Delivered Ex Ship·판매자가 운송 부담) 방식이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FOB 계약에 가산점을 주는 제도적 유인이 있는데도, 글로벌 LNG 셀러들이 자체 운송시스템을 강화하하다보니 FOB 형식의 제안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국내 LNG 수입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계약 방식이 국내 LNG 수입 형식을 결정짓는 셈이다.
LNG 거래는 FOB와 DES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FOB는 구매자가 선박을 확보해 운송을 맡는다. 자국 선박을 활용할 수 있어 경제안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DES는 LNG 판매자가 운송까지 책임진다. 외국 선박에 운송을 맡기면 유사시 해당 선박이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수송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문제는 DES 방식으로 LNG를 판매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LNG 셀러들이 자체 선단을 꾸리면서 DES 위주의 판매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카타르의 경우 과거 한국에 FOB 형태로 LNG를 수출했지만, 최근에는 아예 128척 규모의 LNG 운반선을 직접 발주해 DES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이 가운데 98척(77%)을 한국 조선업체가 수주하면서 수혜를 입었지만, 국적 해운사들은 수송할 일감이 줄어들게 됐다.
가스공사를 비롯해 LNG를 수입하는 입장에선 “FOB 방식의 제안이 들어와도 도장을 찍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DES 방식보다 FOB 방식이 더 비싸서다. 가스공사 분석에 따르면 LNG를 연 330만t씩 10년간 들여올 경우, FOB 방식은 DES 방식보다 1조~1조6000억원(원·달러 환율 1430원 기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수입사들은 이미 DES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민간 발전용 LNG 직수입 물량 1200만t 가운데 약 95%가 DES 계약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핵심에너지 국적선사 이용률 70% 달성’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법상 핵심 에너지(석탄·철광석·원유·LNG) 가운데 국적선사 수송 비중이 가장 낮은 품목이 LNG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LNG의 국적선사 수송률(적취율)은 38.2%로, 석탄(93%), 철광석(66.7%), 원유(50.1%)보다 낮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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