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을 본 사람이라면 ‘707부대 출신의 세계 1등 소방관’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를 기억할 것이다. 2023년 출연 이후 그는 단숨에 글로벌 팬덤을 얻었다. 주인공은 바로 홍범석. 그는 이제 전세계 최대급 피트니스 대회 ‘하이록스’의 상징으로 불리고 있다.
“하이록스요? 한국에서는 이제 막 시작이죠. 하지만 오래 갈 거에요.” 지난 23일 강남구 청담동 ‘네드짐(NED GYM)’에서 만난 그는 확신 있는 어조로 말했다. 불과 20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하이록스를 국내의 새로운 트렌드로 끌어올린 데 큰 역할을 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구현한 공간이 네드짐이다. 홍범석은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 하이록스 전문 체육관 ‘네드짐 청담’을 열었다. 하이록스 경기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스키·로잉·바이크·무동력 러닝머신 등 유산소 기구만 30대가 넘는다. “힘든 운동일 수록 신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명, 음악, 인테리어까지 직접 신경썼다.
결과는 대성공. 하이록스 준비하는 사람들이 선망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오픈 직후부터 네드짐은 ‘운동 인플루언서들의 성지’가 됐다. 전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크로스핏 선수 최승연, 크로스핏터 아모띠 등 피트니스 인플루언서들이 이곳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콘텐츠를 찍으려고 운동하는 게 아니에요. 해야 하는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콘텐츠가 되더라고요.”
하이록스란 달리기와 근력운동을 결합한 경기다. 2018년 독일에서 시작돼 지금은 전 세계 50만 명 이상이 참가한다. 국내 성장세도 무섭다. 인천에서 지난해 첫 대회가 열렸고, 다음 달이면 벌써 네 번째를 맞는다. 참가자 수는 전년보다 50% 늘어난 6000명에 달한다. 여기에 tvN <무쇠소녀단>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샤이니 민호가 대회 준비 과정을 공개하며 대중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끌어올려진 상태다.

그는 K-피트니스의 저력도 높게 평가한다. 넷플릭스 <피지컬:100> 시즌2가 비영어권 프로그램 중 상위권에 오르고, 시즌3는 아예 ‘아시아 통합 시즌’으로 제작되는 등 한국은 이미 피트니스 콘텐츠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아시아권 하이록스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포디움 상단을 휩쓰는 모습 역시 K-피트니스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이록스는 2018년 독일에서 시작됐고, 홍콩을 거쳐 아시아에 들어온 건 불과 몇 년 전이에요. 아시아는 이제 시작이죠. 저는 한국이 그 중심이 될 거라고 봐요. 올림픽 같은 국제무대에서도 아시아인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은 유럽이 중심이지만 몇 년 안에 그 구도가 바뀔 거예요.”
실제로 해외에서도 네드짐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네드짐 가맹 제안이 들어왔어요. 우선 서울에서 기반을 다진 뒤 해외로 확장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준비도 탄탄하다. 하이록스 공식 코치(Level 1) 자격을 보유한 국내 인원은 약 10명에 불과하지만, 네드짐 코치진 4명 전원이 이 자격을 갖고 있다. 홍범석은 “네드짐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하이록스 전문 센터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훈련을 거듭하며 그가 절감한 것은 몸과 훈련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의 중요성이었다. “훈련 전에는 트레이닝 준비 상태를, 훈련 중에는 심박수를, 훈련 후에는 훈련 부하와 회복 시간을 추적해야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하더라고요.” 그의 선택은 배터리가 열흘 이상 가는 가민 워치였다. 2014년 군 시절 산속 훈련을 하며 GPS 네비게이터를 사용했던 경험이 그 시작이었다. 그는 이번 하이록스 대회에서도 피닉스 8 모델을 착용할 예정이다.
하이록스와 마라톤에 이어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하이록스가 전부는 아니에요. 마라톤도 꾸준히 나갈 거고, 내년엔 철인3종에도 도전할 겁니다.” 그에게 가장 큰 원동력은 가족이다. 그가 아들과 운동하는 모습은 팬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가족이 제 원동력이에요. 제 인생의 1순위는 가족이에요. 가족과 평범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홍범석의 목표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어제의 자신을 이기는 것. 네드짐의 이름인 ‘No Easy Day(쉬운 날은 없다)’와도 맞닿아 있다.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만큼 1등했을 때의 기쁨도 두세 배죠.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오직 저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어요.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이기는 것, 그게 전부예요.”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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