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무서운 속도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 공포와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에 대한 믿음이 맞물리면서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에 투자 자금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엔비디아(10GW) AMD(6GW) 브로드컴(10GW) 등과 잇달아 초대형 칩 구매 계약을 맺으면서 AI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짙어진 데 따른 것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동시에 오픈AI는 반도체를 구매해주는 ‘AI발 신용 팽창’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오픈AI가 계약한 반도체 칩 규모는 현재 생산 가능량의 10배 수준인 만큼 반도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저승사자’로 불려온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1만1000원에서 12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48만원에서 57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지난 10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4% 올린 지 2주일 만이다.
이날 국내 증시 역시 AI 관련주가 견인했다.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증하자 LG에너지솔루션(9.94%) 등 2차전지 업종이 급등했다. 데이터센터 증설을 위한 전력 인프라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일진전기(15.03%) 효성중공업(2.81%) 등도 크게 올랐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AI 시장의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강력한 기대와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공포가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가 내년 상반기 4200~4400선까지 올라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기업 실적이 내년 2분기까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 역시 추가적인 증시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엔 4150~4200선까지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최근 많이 뛰었지만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지수의 내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1.8배다. 같은 기준으로 볼 때 대만 자취안지수(17.7배)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3.8배)보다 훨씬 낮다.
정부가 추진하는 ‘코스피지수 5000’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실적 추정치가 계속 높아져 내년 5000선에 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상승 랠리는 기존 주도주인 AI 관련주와 지주·금융 등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업종이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순이익이 240조~250조원까지 올라서야 코스피지수 4000이 정당화될 수 있다”며 “기업 순이익 증가세가 주춤하면 코스피지수가 조정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성미/류은혁/선한결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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