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공공금고(지방정부가 관리하는 자금을 맡아 처리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가 심화하고 있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 두 곳의 점유율만 80%에 달할 정도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구조가 불투명한 기부금 문제 등 폐해를 낳고 있다며, 상호금융 업권의 진입으로 경쟁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전국 지방정부 및 시·도 교육청 공공금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이들 금고의 총계는 612조원이었다. 1위 사업자인 NH농협은행의 점유율은 68.72%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2% 늘었다. 뒤는 신한은행(13.66%), IM뱅크(3.22%), 부산은행(3.05%) 등이 이었다. 금고 수를 기준으로는 시·군·구 등 지방정부 금고(288개)에선 NH농협은행(188개)과 신한은행(23개)이 73.27%를 차지했다. 시·도 교육청은 17개 중 16개를 NH농협은행이 유치했다.
지역 공공금고를 유치한 은행들은 말 그대로 지방정부 등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다. 지방회계법에 따라 교부금과 지방세, 기금 등을 예치 받고 세출이나 교부금 등 출납 업무로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무원 고객 확보를 통한 안정적 예금·대출까지 가능하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 8월 NH농협은행은 농업인 가계대출(1조4387억원)보다 10배가 넘는 15조5239억원을 공무원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이들 시중은행의 점유율이 높은 이유는 공공금고 협력사업비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지방정부 등에 지역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명목으로 현금을 제공하는 것인데,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은행들의 공공금고 협력사업비 지급 총액은 2조2315억원에 이른다. 신한은행이 8477억원(38%), NH농협은행이 5793억원(25.6%) 순으로 제공했다. 해당 사업비는 금고 선정 기준에도 반영된다. 작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사업비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다며 정부가 금고의 세부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금고 선정 시 협력사업비 비중을 최소화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상호금융이 시장에 뛰어들도록 해 경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 공공금고를 정의하는 지방회계법의 취지에 따라, 상호금융의 금고 유치로 지역경제 선순환을 도와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규정이 걸림돌이다. 지역 농협·수협이나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지방회계법에 따라 기금의 금고로 선정될 수 있지만, 금고 선정의 참고 지표인 '지역 재투자 평가'에서는 제외된다. 해당 평가는 금융회사가 지역 내 자금공급 등에서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금융당국이 따지는 것인데, 상호금융은 대상 자체가 아니다.
상호금융권의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각종 규정을 바꿔 길을 열어주더라도 은행권과 체급 면에서 많이 뒤떨어지는 상황"이라며 "비교적 우량한 지역 조합을 중심으로 순자본비율·연체율과 전산 능력을 개선해 수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주 의원은 "종래엔 지역 상호금융을 통해 지자체·교육청의 자금이 지역 내에서 순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의 금고 지정 근거 개선 등을 통해 공공금고 시장의 독과점 현상을 타파하고 상호금융의 사업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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