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인간도 아니고 당신의 형제도 아닌가?" 1780년대 영국 노예제폐지협회의 문장(紋章)에 사슬에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노예 그림과 함께 적혀 있던 글귀다. 최근 출간된 <AI는 인간을 꿈꾸는가>에서 저자 제임스 보일 듀크대 로스쿨 석좌교수는 이렇게 묻는다. "만일 유전자 조작 혼합체나 컴퓨터 기반 챗봇이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 책은 '인간과 비인간, 그 경계를 묻다'라는 부재대로 인공지능(AI), 나아가 비인간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본질이란 게 있는지 탐구하는 책이다. 인류문명 탄생 이래 수세기 동안 인간이 독점해왔던 언어와 창조 능력을 AI에게 내어준 지금, 책의 질문은 더욱 절박해 보인다.
AI는 마치 인간처럼 공감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2022년, 블레이크 르모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 컴퓨터 시스템이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파란을 일으킨 건 로모인이 길거리에서 어쩌다 인터뷰한 사람이 아니라 구글의 엔지니어였고 그가 언급한 '컴퓨터 시스템'이 구글의 대화형 AI 언어모델 '람다'였기 때문이었다. 구글은 그의 발언이 공개된 직후 르모인을 해고했다. 전문가조차 AI에게 인격이 있다고 믿을 정도로 AI가 고도화된 상황이 이미 몇 년 전의 얘기다.
책은 '인간성'에 대한 명쾌한 정의와 정답 대신 인격에 대한 여러 고민거리와 관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과학적 측면에서 인간종을 비인간 동물들과 구분하는 속성, 기술, 자질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를 도덕적 행위 주체로 만들며, 그에 따라 우리의 자율성이 사회에서 권리로서 인정받아야 할 근거를 마련하는가?" 애덤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영화 '블레이드 러너' 등을 넘나들며 '인간성'을 탐구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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