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스스로 세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배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SG 투자배제 대상인 담배와 석탄기업에 여전히 1조2600억원(8억7500만달러) 규모의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IC로부터 제출받은 ‘투자배제 전략 관련 내부자료’를 보면 KIC는 △담배 △석탄 △대마 △논란 무기 △아동노동 등 5개 분야를 투자배제 테마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자료를 추가 분석한 결과 KIC는 여전히 글로벌 담배기업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과 알트리아 그룹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독일 환경단체 우어게발트의 ‘2025 글로벌 석탄 퇴출 리스트(Global Coal Exit List)’에 포함된 석탄기업 19곳 등에도 9억달러(1조3000억원)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IC가 투자한 석탄기업 가운데 12곳은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에서 이미 투자배제 대상으로 지정한 곳들이다. NBIM이 석탄 매출 비중 30% 이상 기업을 배제하는 반면 KIC는 50% 이상인 기업만 제외하는 등 ESG 기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IC는 NBIM과 뉴질랜드 연기금 둥이 투자배제 대상으로 관리한 필립모리스와 알트리아에도 투자하고 있다.
김영진 의원은 “KIC가 ESG 투자배제 원칙을 세워놓고도 실제로 지키지 않는다면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국부펀드로서 국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책임투자 원칙을 확립하고, 글로벌 수준의 ESG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KIC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저조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KIC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KIC의 지난달 말 기준 부동산 투자 수익률은 2.32%로 집계됐다. 벤치마크(BM) 대비 초과 수익률은 -2.93%포인트에 그쳤다. KIC는 부동산 투자 초과 수익률은 2022년 -3.47%포인트, 2023년 -15.87%포인트, 2024년 -10.97%포인트 등에 이어 올해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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