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300을 처음으로 넘어선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약 6주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시가총액은 370조원가량 급증했다. 이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 증가분이 120조원 안팎이다. 부품 소재주까지 더하면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반도체 부문이 책임진 것으로 봐야 한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묻지 마 반도체주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 전체를 끌어 올린 것이다.
수출 통계도 주의깊게 봐야 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미국 관세 부과의 영향이 없는 듯한 착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지난 9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166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도체는 경기에 따라 심한 부침을 겪는 업종이다. 특히 한국 기업이 주력으로 삼은 메모리 분야가 그렇다. 수요가 늘어날 때는 막대한 이익을 내지만, 줄어들 때는 적자까지 감수해야 한다. 최근의 반도체 호황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에 따른 것이다. 한국으로선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AI가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거나, 수익성 논란이 재연돼 수요가 갑자기 줄어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경우 해당 업종은 물론 나라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부는 실물경제의 현주소를 제대로 살핀 후 재정과 산업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 반도체 착시에 빠져 우리의 경제 상황을 낙관하는 것은 외발자전거로 속도를 내는 것처럼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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