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주잔량은 해운사가 발주를 하고 아직 건조 중인 선박을 집계한 것으로 최근 수주 경향을 보여준다. 반면 운항 중인 컨테이너선 용량은 그동안의 수주 현황을 반영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컨테이너선 전체 용량은 3270만TEU다. 한국 조선사가 건조한 선박 비중이 50.1%(1640만TEU)에 달하는 데 견줘 중국은 29.4%(960만TEU)였다. 지금까지 공급한 컨테이너선은 한국이 많지만, 최근 신규 수주 시장에선 중국산이 많다는 의미다.
중국산 컨테이너선이 많아진 것은 중국 해운사의 공격적인 선단 확충과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 중국 조선사의 설비 증설 등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 수년간 중국 정부는 중국해운공사(COSCO) 같은 대형 국영해운사를 중심으로 노후 선박 교체와 친환경 신조 발주를 적극 지원해 왔다. 한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해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선박을 늘리게 하고 있고, 중국 해운사는 물량을 중국 조선사에 몰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조금을 등에 입은 중국 조선사들이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중국 조선소는 한국 조선사보다 10% 이상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LNG 운반선 발주가 올 상반기 전년보다 83% 급감하면서 조선 발주가 컨테이너선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올해 2월 2억7500만달러(약 3959억원)에서 지난달 2억7000만달러(약 3887억원)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사가 컨테이너선과 LNG 운반선 외에 벌크선과 해양 플랜트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체결된 신조 계약의 60% 이상이 컨테이너선에 집중되면서 한국 조선소의 매출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벌크선과 탱커 같은 범용선에 친환경 기술을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LNG 운반선과 해양 플랜트 등의 경쟁력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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