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충식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나 “전기차 전환 속도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부품이 1만 개가량 적게 들어간다. 정부가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을 유도하면 영세한 곳이 많아 아직 전동화 준비가 미흡한 한국 부품회사들은 생사기로로 몰린다.
다음달 유엔에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할 예정인 한국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48%, 53%, 61%, 65% 각각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지난달 23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35년 한국에서 무공해차 등록 비중은 각각 30%(840만 대), 34%(952만 대), 35%(980만 대)로 추정된다. 정부가 마련한 시나리오 중 온실가스 배출을 가장 적게 줄이는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2035년 한 해에 전체 자동차 판매의 93.8%를 무공해차로 채워야 한다.
이택성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만여 개 부품사 중 45%가 여전히 엔진, 변속기, 연료·배기계 등 내연기관 부품을 제조하고 있다”며 “부품이 줄어드는 전기차만 급격히 밀어붙이지 말고 자동차 생태계를 지킬 대책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과도한 규제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산 전기차의 의존도만 높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국내에 수입되는 전기차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중국산 전기차가 많아질수록 국내 부품사의 판로는 더 줄어든다.
이 때문에 미국, 유럽연합(EU) 등도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전기차 전환의 유연성을 고려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9일 베를린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2035년 시행될 EU의 내연기관 신차 판매금지 조치를 철회하기 위해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언급했다. 내연기관차 위주인 독일 자동차산업은 올해 6월까지 지난 1년 동안 5만1000개 넘는 일자리가 감소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강국인 독일이 이 같은 목소리를 낸 데 우리도 큰 의미를 둬야 한다”며 “한국이 앞장서 전기차 전환에 나서면 중국의 자동차 생태계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양길성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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