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용기·펌프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삼화는 지난달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5억2800만달러(약 7330억원)에 팔렸다. 작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386억원)의 19배다. 전 세계적인 K뷰티 붐을 이끌어갈 기업이란 점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삼화뿐 아니라 올해 미용의료기기 업체 비올, 화장품 업체 서린컴퍼니, 미용실 프랜차이즈 업체 준오헤어 등 K뷰티 관련 기업이 줄줄이 수천억원대에 팔렸다.식품 인수합병(M&A) 시장 분위기는 딴판이다. 올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인수를 제외하고는 2억달러 이상 거래가 없었다. 한때 뛰어난 현금 창출 능력으로 ‘핫한’ 투자처였던 외식 프랜차이즈도 잠잠하다. 파이브가이즈, 반궁 등 신규 매물만 쌓일 뿐이다.
K웨이브의 양대 성장축인 뷰티와 식품 M&A 시장 분위기가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업계에선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가치사슬이 탄탄한 K뷰티는 원료·소재, 패키징, 브랜드, 유통,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등 분야별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이 많다. 업력이 10년이 채 안 되는 중소 브랜드도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ODM 업체, 실리콘투 등 유통 전문 회사를 기반으로 급성장해 K뷰티 열풍의 수혜를 고르게 누리고 있다. 국내외 투자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적정 규모의 매물이 많다는 뜻이다.
촘촘한 밸류체인 덕분에 인수 리스크도 낮다. ‘스킨1004’ 브랜드를 사들인 PEF 더터닝포인트의 서재일 대표는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품질’인데, K뷰티는 이를 ODM사가 안정적으로 해결해준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며 “투자사 입장에선 마케팅만 열심히 해도 기업 가치를 확 올릴 수 있다”고 했다.
해외 확장 면에서도 뷰티가 식품에 비해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은 특성상 현지 정부 허가 절차와 냉장·냉동 물류 등이 까다롭다. 이에 비해 뷰티는 규제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상온 유통이 가능해 해외로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식품사는 밀, 원당 등 국제 원료 시세에 민감하지만, 뷰티는 제조 원가율이 10~20% 수준으로 일정한 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뷰티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식품사도 나오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급식사업부를 한화갤러리아에 매각하고, 보유 현금으로 화장품 ODM 업체 씨앤씨인터내셔널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하이트진로, 오리온 등도 M&A와 신제품 출시를 통해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일각에선 K뷰티 밸류에이션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K뷰티가 상승 국면에 있는 건 맞지만, 기술력에 비해 가격 거품이 심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K뷰티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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