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페르미 아메리카(Fermi)와 대형 원전 4기 건설에 관한 기본설계 용역(Feed) 계약을 체결했다. 증권가는 국내 건설사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대형 원전에 참여하는 건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계약을 필두로 내년까지 본격적인 원전 계약과 착공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27일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이 나스닥 상장 페르미가 발주한 대형원전 4기 FEED를 수주했다"며 "페르미는 지난 1일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에너지·데이터센터 리츠 기업으로, 용산구와 비슷한 면적의 텍사스 부지에 데이터센터와 11GW 전력 생산설비를 함께 갖춘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AP1000 대형 원전 4기 건설의 첫 단계인 부지 배치 계획 개발, 냉각 방식 검토, 예산 및 공정 산출 등 기본설계를 수행한다.
4기 매출 24조원 가운데 얼마나 받을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일부는 삼성물산이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상당부분을 현대건설이 확보할 것으로 전해진다.
장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상반기 대표적 원전주로서 주목적인 주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7월 중순 이후 건설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 실적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강하게 눌러왔다"며 "상반기와 달리 한국 원전주 랠리에서도 나홀로 이탈해, 원전주에서 다시 건설주로 주식 성격이 변화하는 모양새였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제 3분기 이후의 주가 부진을 딛고 분명한 '원전주'로 복귀할 시간"이라며 "이번 페르미와의 계약은 아직 FEED 단계이기는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대형원전 4기를 짓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시장의 기대치가 낮았다는 점 역시 호재"라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가능성에 머물던 원전이 미국에서 현실로 나타나는 과정의 중심에 현대건설이 있다"며 내년까지 본격적인 원전 계약과 착공이 진행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FEED 계약이 원전 모멘텀에 다시 불을 붙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계약은 회사의 미국 대형 원전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지난달 25일 원전기술 설명회에서 현대건설이 언급한 미국 내 FEED·EPC 참여를 협상하고 있는 대형 원전프로젝트는 총 4개"라며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관계 및 미국 내 제한적인 시공 역량 등을 감안하면 참여 범위확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8월 중순 회사의 반기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본드콜, 원전 뉴스 부재로 인해 지난 3개월간 주가 흐름이 부진했다"며 "다만 이번 페르미 FEED 수주를 시작으로 4분기 미국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전(SMR), 내년 1분기 불가리아 대형 원전 등 주요 수주와 착공 이벤트가 예정돼 주가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설계·조달·시공(EPC) 발주가 기자재 발주에 선행하는 특성상, 원전 밸류체인 내 수주 모멘텀은 현대건설이 가장 빠르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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