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민비서(가칭)야, 주민등록등본 좀 빨리 발급해줘”
행정안전부가 네이버·카카오와 손잡고 ‘AI 국민비서’ 구축에 나섰다. 주민등록등본 발급이나 공공시설 예약 등 일상적인 행정업무를 인공지능(AI)과 대화하듯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정부의 디지털행정 혁신이 ‘말 한마디로 이용 가능한 AI 민주정부’로 확장되는 셈이다.
“AI와 대화하듯 행정서비스 이용”… 민관 협력
행안부는 네이버(대표 최수연), 카카오(대표 정신아)와 ‘AI 에이전트 기반 공공서비스 혁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을 비롯해 양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협약을 통해 정부와 민간 빅테크가 공동으로 AI 행정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AI 에이전트’는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이다. 행안부는 이를 공공서비스에 적용해 국민이 복잡한 절차 없이 대화만으로 각종 행정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AI 국민비서’를 연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윤 장관은 “AI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주정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기술혁신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협약은 정부가 민간과 함께 국민 생활 속 공공서비스를 혁신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카카오, 각자 플랫폼에 ‘AI 정부창구’ 탑재
시범서비스에는 민간의 독자 AI 모델이 투입된다. 네이버는 초거대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공공서비스와 연동한다. 이용자는 네이버 웹·앱을 통해 “전자증명서 발급해줘”, “보라매공원 예약해줘” 등 일상어로 명령하면 자동으로 행정 포털과 연결된다. 네이버는 예약 완료 후 주변 식당 추천 등 맞춤형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카카오는 자체 거대언어모델 ‘카나나(Kanana)’를 활용해 개방형 구조로 공공서비스를 연동한다.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등본 떼줘”라고 말하면 발급 절차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방식이다. 유해 콘텐츠나 오류를 차단하기 위한 ‘세이프가드’ 필터링 시스템도 적용해 신뢰성과 보안을 강화한다.
행안부는 두 기업과 함께 기술 표준화, 데이터 보안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 향후 민간 AI 플랫폼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디지털정부 2.0”… AI 정부의 첫 모델
정부는 2022년 이후 추진 중인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상을 한 단계 진화시켜 ‘AI 민주정부’ 구현을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AI 국민비서’는 이 구상의 핵심 사업으로, 향후 생애주기별 생활행정과 민원 절차를 한 번에 처리하는 원스톱 서비스로 발전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출산 시 자동으로 아동수당·건강보험 자격 등록까지 연결하거나, 운전면허 갱신 시 필요한 서류를 AI가 자동 안내하는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구현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 행정에서 나아가, AI가 국민의 행정 여정을 선제적으로 돕는 단계로 진입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AI 행정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등 제도적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AI 행정서비스 적용을 위한 ‘디지털정부법’ 시행령 개정과 표준 API(응용프로그램연결)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또 공공기관이 민간 AI 플랫폼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호환 기준, 인증체계, 책임 규정도 단계적으로 마련한다.
“말 한마디로 처리되는 정부”… 생활 속 디지털혁신
‘AI 국민비서’ 시범서비스는 올해 안에 전자증명서 발급, 유휴 공공시설 예약(공유누리) 등 국민 이용 빈도가 높은 기능부터 제공된다. 이후 공공포털(정부24), 복지·세무 등으로 점차 확대된다.행안부는 내년 상반기 중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고, 민간 플랫폼을 통한 AI 행정 이용률, 처리시간 단축 등 객관적 지표로 성과를 평가할 계획이다.
윤호중 장관은 “AI가 국민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단순한 기술혁신을 넘어 행정 철학의 변화”라며 “말 한마디로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정부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