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멸균팩 재활용률이 2%에 그치는 가운데, 환경부는 2027년부터 멸균팩 분리배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임에도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문구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이를 일반쓰레기로 처리하면서 실제 재활용률은 더욱 낮아졌다. 이 문구는 본래 ‘기술적 복합성’을 뜻했지만, 소비자에게는 ‘재활용 불가’로 인식돼 자원 순환의 흐름을 끊는 결과를 초래했다.에이치알엠(HRM)은 이같은 인식의 한계를 행동으로 바꾸기 위해 올해 5월, ‘에코야 얼스(ECOYA Earth)’를 정식 출시했다. 해당 앱은 가정에서 나오는 고품질 재활용품을 문 앞에서 수거하는 앱 서비스로, 사용자가 멸균팩을 세척하고 건조해 앱으로 수거를 요청하면 HRM의 청주 ECC로 이송되어 선별과 가공을 거친다. 이렇게 모인 멸균팩은 갈색 재생 휴지나 핸드타월 등 실생활 용품으로 재활용된다.
에코야 얼스는 ‘직접 순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일반적인 수거 서비스가 수거 이후의 자원 흐름을 추적할 수 없는 구조라면, HRM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원순환 인프라를 통해 수거부터 재가공까지 한 번에 연결한다. HRM의 내부 수거 데이터를 기준으로 보면, 2024년 5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에코야 얼스를 통해 회수된 멸균팩은 총 2만3574kg으로, 190ml 멸균팩 기준 약 196만 장에 해당하는 양이다. 청주 ECC에서는 66만6200kg, 약 5551만 장 규모의 멸균팩이 회수됐다. 결과적으로 HRM 전체 기준 총 68만 9774kg, 약 5747만 장의 멸균팩이 재활용을 위해 수거됐다. HRM은 "시민 참여형 플랫폼과 산업형 인프라를 동시에 운영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서비스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제도와의 연계를 통해 탄소중립실천포인트도 함께 지급된다. 이는 사용자가 멸균팩을 수거 신청하고 인증할 때마다 실제 탄소 감축 효과가 데이터로 환산되어 포인트로 지급되는 제도로, 시민의 친환경 행동이 눈에 보이는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에코야 얼스는 ‘얼스 크레딧’과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일상 속 친환경 실천을 지속 가능한 습관으로 확장하고 있다.
HRM의 순환 사업에는 글로벌 포장재 기업 테트라팩(Tetra Pak)도 협력하고 있다. 테트라팩은 HRM의 멸균팩 순환 사업을 지원하며, 자원순환 참여율을 높이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HRM은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자체 및 기업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메이커스, 한국도로공사, 경기도 어린이집 등과 함께 멸균팩과 종이팩 수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각 프로젝트별 성과를 데이터화하여 탄소중립 지표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에서 추진 중인 ‘기후행동 기회소득’ 사업에도 참여하며, 시민의 친환경 행동 데이터를 실질적인 기후소득으로 환산하는 모델 구축에도 함께하고 있다.
에코야 얼스 관계자는 “멸균팩은 결코 재활용이 불가능한 자원이 아니다. 오해를 바로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민이 직접 순환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며 “에코야 얼스는 제도보다 앞서, 시민이 환경정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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