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병원의 실수로 가난한 집안의 아이와 뒤바뀌어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일본 노인의 사연이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일본 도쿄 스미다구의 '산이쿠가이' 병원에서 1953년 3월 30일 태어난 일본 남성 A(72)씨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그는 출생 직후 병원의 실수로 다른 가정의 신생아와 바뀌었고, 결국 친부모가 아닌 가정에서 자라며 평생을 가난 속에 살아왔다.
A씨가 입양된 가정은 넉넉하지 않았다. 그는 두 살 무렵 양아버지를 잃었고, 가전제품 하나 없는 단칸방에서 홀어머니와 동생 셋을 돌봐야 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녔다. 성인이 된 뒤에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고, 트럭 운전기사로 일하며 결혼도 하지 못한 채 평생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신이 사실은 부유한 집안의 장남이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이 사실은 그 부잣집 네 형제가 어머니의 유산을 놓고 다투던 중 우연히 드러났다.
당시 부잣집 맏아들 B씨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부친을 돌보는 조건으로 어머니의 유산 일부를 넘겨받았지만, 실제로는 아버지를 요양원에 맡겼다. 이에 불만을 품은 동생들은, 예전부터 가족들과 유독 닮지 않았던 B씨의 혈연 관계를 의심했다.
2009년, 동생들은 B씨가 버린 담배꽁초를 확보해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고, 검사 결과 B씨가 가족들과 혈연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병원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결과, A씨와 B씨가 신생아 시절 병원의 착오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록에 따르면 A씨는 B씨보다 13분 먼저 태어났지만, 병원의 실수로 서로 다른 가정에 들어가 평생 엇갈린 삶을 살아온 것이다.
동생들은 수소문 끝에 도쿄에서 트럭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던 친형 A씨를 찾아냈다. 이후 A씨와 B씨는 산이쿠가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도쿄지방법원은 2013년 병원 측에 A씨에게 3800만엔(약 3억5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B씨 역시 승소했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졌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생물학적 친부모는 모두 세상을 떠났고, 뒤바뀐 삶을 살게 된 B씨는 집안 기업을 물려받아 대표 자리에 올라 있었다.
A씨는 "나를 키운 어머니는 고생하려고 세상에 나온 분 같았다"며 "어머니를 도와 뇌졸중 환자를 포함해 4명의 동생을 돌봐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일만 없었다면 인생이 180도 달라졌을 것"이라며 "원래의 삶을 살 수 있게 내가 태어난 날로 시계를 거꾸로 돌려달라"고 토로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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