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보다 앞으로 수년간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이같이 말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이 에너지 확보전으로 비화하면서 그의 말은 1년만에 현실이 됐다.
여기에 최근 엔비디아가 모든 발전시설에 ESS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히자 전세계 배터리주에 불이 붙었다. 그중 대표주로 꼽을 수 있는 주식이 바로 미국 플루언스에너지다.
주가 급등의 기폭제가 된 건 지난 13일 엔비디아의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OCP) 써밋’ 발표였다. AI산업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이날 데이터센터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며 “발전원과 관계 없이 ESS 설치를 통해 부하 변동성을 낮추고 과잉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ESS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주는 수동적 역할에서 AI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역할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미국의 전력망 투자는 1~2년 단기로 끝날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에 ESS에 대한 수요 성장은 중장기에 걸쳐 나타 날 가능성이 높다.
잘알려진대로 AI산업은 ‘전력 먹는 하마’다. 1건의 챗GPT 대화는 구글 검색보다 10배 이상의 전력을 소비한다. 대형 데이터 센터 1곳은 월마트 매장 1000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필요로 한다.
당초 AI 산업발(發) 전력확보 테마의 중심에는 오클로 뉴스케일파워 등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자력발전주가 있었다. 하지만 AI 산업의 발전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SMR 상용화와 건설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엔비디아의 발표를 계기로 ESS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대규모 투자가 계속되고 있어 아직 가시적인 실적은 내지못하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2022년, 202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으며 지난해 흑자전환(영업이익 2600만달러)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4%, 주가순자산비율(PBR)은 8.8배였다. 이 때문에 주가의 변동성도 큰 편이다.
플루언스에너지의 주가는 최근 급등에도 불구하고 2023년7월 기록했던 고점(29.98달러)에 비해선 여전히 35% 낮은 수준이다. 리튬가격 하락, 유럽의 환경규제 강화 등에는 급등하고 전기차 판매 둔화, 공급망 리스크 소식에는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AI데이터센터로 시작된 전력난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로 중장기 성장이 확실해졌다는 분석이다. 플루언스에너지 측은 “올해 6월 캘리포니아주 전력 시장에서 배터리가 저녁 피크 수요의 26%를 공급하며 사상 처음 천연가스 발전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센터 ESS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해 2030년까지 8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확실한 실적 때문에 월가 투자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는 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24일 플루언스에너지의 목표주가를 11달러에서 17달러로 높였다. 반면 BNP파리바는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시장 수익률 하회(언더퍼폼)’으로 내리고 목표주가 9달러를 제시했다. 현재 주가의 절반 수준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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