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융합은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닙니다. 비용과 규제, 기술 모두 현실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필 라로셸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 파트너)
“핵융합은 인류가 개발해야 할 마지막 기술입니다. 인류 문명을 바꿀 에너지 시스템이죠.” (스콧 슈 전 미국 에너지부 핵융합 조정관)
빌 게이츠가 설립한 에너지 벤처펀드 BEV의 라로셸 파트너는 “핵융합에 대한 ‘회의의 시대’는 끝났다”며 “이미 ‘가능한가’란 질문을 지나 ‘누가 먼저 값싸게 만드나’ 경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BEV는 핵융합 기업 5곳에 투자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이 펀드에 돈을 넣었다. 라로셸 파트너는 “핵융합이 원자력(핵분열)보다 비용과 규제 부담이 압도적으로 작다”고도 주장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핵융합산업 규제를 원자력 발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결정해 인허가 등에서 유리해졌다는 설명이다.
영국 핵융합 스타트업 리얼타퓨전의 키런 펄롱 최고경영자(CEO)는 “수많은 시도가 진행되고 있지만 어떤 방식이 성과를 얻을지는 아직 모른다”면서도 “분명한 건 나중에 사람들이 2020년대 핵융합 실험을 돌아보며 ‘저런 미친 아이디어로 성공했구나’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 웬델 포커스드에너지 의장도 “이미 일부 기업이 고객사와 계약을 맺고 파일럿 공장에서 매출을 내고 있다”며 “몇 가지 접근법이 적합하다는 게 증명되면 업계 전체가 힘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스튜어트 앨런 퓨전엑스 CEO도 “핵융합 기업마다 개발 중인 기술의 구조와 용도, 적용 시장이 다르다”며 “한 명의 승자가 아니라 다양한 수요에 맞춘 다수의 승자가 나올 산업”이라고 관측했다.
한국도 핵융합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앨런 CEO는 “한국은 공공 투자를 통해 핵융합 장비 제작부터 부품 조달,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쌓은 나라”라고 했다. 뉴질랜드 핵융합 기업 오픈스타테크놀로지의 벤 테일러 브라이언트 부사장도 “한국은 실행 속도가 빠르고 대규모 생산능력도 뛰어나다”고 했다. 인애이블퓨전도 최근 제품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주산업인 스페이스X 사례처럼 핵융합 역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중요한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은 “인공지능(AI) 사용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확보의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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