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장 없는 박물관’ 경주가 거대한 컨벤션센터로 탈바꿈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나흘 앞둔 27일 경주는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APEC 정상회의장으로 사용될 화백 컨벤션센터는 내부 단장을 끝냈고, 경주 엑스포공원에 마련된 ‘K테크 쇼케이스’ 전시장도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각국 정상이 머무를 숙소가 밀집한 보문관광단지는 비표를 소지해야만 드나들 수 있는 경호구역으로 전환됐다. 경주 시내 곳곳에는 APEC 관련 현수막과 홍보 전시물이 반갑게 손님을 맞고 있다.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1300여 년 만의 최대 이벤트”라는 이철우 경북지사의 표현처럼 천년고도 경주가 들썩이고 있다.
이날 경주에선 APEC 회원국의 외교부 차관보 및 국장급이 참여하는 최종고위관리회의가 열렸다. APEC 관련 일정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서밋 부대행사인 퓨처테크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경제계 인사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KTX 경주역에 내리는 관광객 가운데 어림잡아 다섯 명 중 한 명은 외국인이었다.
글로벌 주요 기업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CEO 서밋은 28일 저녁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은 29일부터 경주에 도착한다. APEC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1일)가 끝나는 다음달 1일까지 약 2만 명이 경주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외의 시선도 경주로 쏠리고 있다. APEC을 계기로 이뤄지는 글로벌 빅샷들의 회동 결과에 따라 글로벌 경제·안보 향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30일)이 대표적이다. APEC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날지도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29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30일 예상), 시 주석(11월 1일)과 여는 양자 정상회담 역시 하나하나가 ‘빅 이벤트’다.
APEC을 계기로 경주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딜로이트는 이번 APEC 개최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7조4000억원, 고용 창출 효과는 2만2000명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경주=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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