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경북 경주 엑스포대공원에 설치된 에어돔에 들어서니 높이 3m, 지름 3m짜리 원통형 미디어아트가 눈에 들어왔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만든 투명 OLED TV 28개를 붙여 만든 전시물이다. 화면이 투명하니 그 안에 설치된 샹들리에가 선명하게 보였다. 화면 안쪽에 있는 샹들리에와 바깥 TV 영상이 어우러지며 멋진 은하수를 만들어냈다.
2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K-테크 쇼케이스’는 미래 산업의 축약판이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보행 로봇 스폿으로 공식 개막 전부터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키 85㎝, 몸무게 25㎏인 이 로봇은 인공지능(AI) 기반 내비게이션이 지정한 대로 스스로 움직였다. 기자가 앞을 막아서자 360도 카메라와 라이다센서 등이 작동해 옆으로 피하며 발걸음을 계속했다. 원격 제어와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스폿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도 눈길을 끌었다. 스케이트보드 형태인 이 로봇은 기울어진 도로에서도 수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SK는 거대한 부스를 하나의 데이터센터로 구성했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계열사 AI 인프라를 하나의 생태계로 표현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말 양산에 들어가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공개했다. SK는 관람객이 AI 데이터센터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HBM과 HBM이 들어가는 AI 서버를 모크업 형태로 전시했다.
삼성전자 부스엔 경비 요원이 상주했다. 개막행사 때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트라이폴드폰(두 번 접는 폴더블폰)의 이미지가 유출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트라이폴드폰을 펼치면 태블릿과 비슷한 25형 디스플레이가 되고 접으면 일반 바 형태 스마트폰이 된다. 삼성 전시관 근처에 마련된 메타 전시장은 스마트글라스 전시에 한창이었다.
국내외 기업들이 APEC을 신제품 공개 장소로 정한 건 이때 방한하는 글로벌 테크 거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APEC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글로벌 기업의 고위 경영진이 총출동한다.
경주=이영애/박의명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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