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주사주가 '만년 저평가' 꼬리표를 떼고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한 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자회사 기업가치 상승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 주주환원·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는 지주사를 중심으로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는 전날 17.02% 오른 21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1만9500원까지 상승해 1년 내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날 한화(13.08%) 두산(9.11%) 효성(5.1%) SK(4.63%) 등도 급등해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두산은 이달 들어서만 61.55% 뛰었고 효성(40.87%) HD현대(36.74%) 한화(26.71%) SK(18.33%) 삼성물산(16.74%) LG(15.42%) 등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 기간 지주사로 구성된 'TIGER 지주회사' 상장지수펀드도 18.67% 올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정부 정책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기대가 지주사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지주사는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음에도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란 이유로 시장의 저평가 대상이었다.
하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의 기업가치 상승 기대가 커졌고,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한 1차 상법 개정안과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한 2차 상법 개정안 등 정부 주도의 제도적 변화가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다음달에는 정기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통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구조적으로 낮게 평가된 지주사의 할인율이 축소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과거 단순한 보유회사로 인식된 지주사의 역할이 이제는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효율성 제고의 출발점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지주사들의 자회사 기업가치가 높아진 점도 주가 상승 요인이다. 지주사 주가는 자회사의 실적과 주가에 밀접하게 연동되기 때문이다. HD현대의 경우 자회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주가가 각각 한·미 조선 협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 확대에 힘입어 크게 뛴 영향을 받았다.
두산은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원전 르네상스 시대의 핵심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로 급등한 점이 반영됐다. 한화는 한·미 조선 협력 기대로 주가가 뛴 한화오션의 지분 30%를 보유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상승세에 힘입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 수혜로 지주사에 대한 할인율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증시 상승에 따라 자회사들의 지분가치가 증가해 할인율을 축소하지 않아도 이들 대부분의 순자산가치(NAV)가 늘었다"며 "할인율 축소에 대한 부분까지 감안할 경우 지주사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지주사와 아닌 기업 간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내년 지주 업종은 정책 신뢰 단계에서 벗어나 기업의 실행력과 시장 신뢰가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제도 개혁이 일정 수준 이뤄진 상황 속 향후 업종 차별화는 자회사 실적 성장·주주환원 정책·지배구조 투명성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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