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 덮이지 않게 합시다." 주말 서울광장에 노을이 질 무렵, 광장을 둘러보던 오지은 서울도서관장은 무전기에 대고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앞치마 주머니에 이동식 조명을 담고 있던 사서들은 광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곁에 조명을 하나씩 놓아준다. 가족, 연인이 모여 앉은 빈백 소파는 여럿이 함께 책과 풍경을 즐기도록 서울도서관에서 디자인한 것.
2022년부터 서울도서관이 서울광장, 광화문, 청계천 일대에서 진행 중인 '서울야외도서관' 행사는 '사람들이 책을 덮지 않게 하자'는 목표 하나로 이어져왔다. 그 목표에 호응하듯 지금까지 누적 방문자 수는 약 700만명. 올해 서울야외도서관은 오는 2일을 끝으로 내년 채비를 위해 휴장에 들어간다.

오 관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는 파란 하늘 아래 냇가에 발을 담그거나 고궁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외국까지 입소문이 났다"며 "여행사에서 서울야외도서관 일정을 묻는 전화가 수시로 올 정도"라고 했다. 30년 넘게 공공도서관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는 서울야외도서관 기획 과정 등을 담아 <책 읽는 시민이 답이다>를 출간했다.

서울야외도서관 시작 전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도서관 책을 밖으로 꺼내놓았다가 없어지거나 훼손되면 어떡하냐고 주변에서 말렸다. 오 관장은 "첫주 운영해보니 5000권 중 분실된 건 3권뿐이었고 오히려 '대여 가능한 줄 착각해 책을 가져왔다'며 새 책까지 더해 택배로 돌려보낸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오 관장은 책과 함께하는 도전을 즐긴다. 이용자 독서모임 '힙독클럽'과 봉평 메밀밭에서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지난달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 3532명이 윤동주 시를 이어 낭독하는 '세계 최대 독서 릴레이' 기네스 신기록에 도전해 등재에 성공했다. 오 관장은 "도서관은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물하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성수동에서 기업들이 비싼 임대료를 치르고 팝업스토어를 여는 이유는 경험이 인식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자 이제는 레고 등 민간기업도 서울도서관과 협업하려 찾아온다.
이런 도전은 '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그의 지론에서 나왔다. 고독사 문제, 수도권 집중현상 등을 해결하는 데 도서관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오 관장은 앞서 광진정보도서관장 재직 때는 지역 어르신 자서전 출간 프로젝트 등으로 전국도서관평가에서 대통령상을 세 차례 받았다. 이번 책에서 "지자체 재난구호물자에 정서적 구호를 위한 책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는 "전국 곳곳에서 건물과 인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야간이나 주말에도 문을 여는 공공도서관을 방치하는 건 사회적 손실"이라며 "공무원이 피곤해야 국민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인공지능(AI) 시대 인간 사서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배경이다. 도서관의 3요소로 꼽히는 책, 건물, 사서를 각각 콘텐츠, 공간, 인력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의 고민과 관심사는 AI가 결코 세세히 파악하지 못한다"며 "지역과 호흡하는 도서관은 사서들에게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내년부터는 서울도서관 '힙독클럽'의 활동에 따라 지급하는 마일리지를 지역서점 전용 서울페이로 바꿔 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조례 개정 작업도 마쳤다. 오 관장은 "도서관은 출판계, 지역 서점 등과 상생해야 한다"며 "도서관은 그저 출판사가 생산한 책을 사주는 곳이 아니라 책을 사줄 독자를 생산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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