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100.05
(71.54
1.78%)
코스닥
924.74
(5.09
0.55%)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혼불문학상' 김아나 "같은 상처 가진 이들과 소설로 소통하고파"

입력 2025-10-28 15:18   수정 2025-10-28 15:19



제1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장편소설 <4인칭의 아이들>은 '4인칭'이라는 독특한 서술 시점을 활용한다. 자신이 겪은 일을 스스로 서술하거나(1인칭) 타인의 행위와 감정을 설명하는 것(2·3인칭)을 넘어선다. 4인칭은 모든 등장인물의 관점을 종합하면서 비슷한 상황의 불특정 다수에게도 소설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주창한 개념이다.

이 소설을 쓴 김아나 작가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수상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저와 비슷한 (좋지 않은 사건을 겪은) 사람들을 찾아서 소통하고 싶었다"고 집필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혼불문학상을 받은 김 작가는 2021년 문학 플랫폼 '던전'에 단편소설을 실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3년 '1900XX'으로 제6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받았다.

혼불문학상은 대하소설 <혼불>을 쓴 소설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상이다. 매년 장편소설을 공모해 신인·기성 작가 구분 없이 당선작을 선정한다. 당선된 작품은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상금은 7000만원이다.

이번 수상작 <4인칭의 아이들>은 제프리 양이라는 사회 유력 인사가 만든 시설 '행복한 아이들의 복지 재단'에서 아이들이 성적으로 학대당하고 다른 피해자와 연대해 서로를 지탱하는 이야기다.

김 작가는 "저 역시 좋지 않은 일련의 사건을 겪었고, 그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같은 악몽을 반복해서 꿨다"며 "많은 여성이 저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책에 실린 '작가의 말'에 악몽을 언급하며 "꿈은 그 누군가 내게 행했던 추악한 일이 남긴 오물 자국 같은 것이었다"고 썼다.

피해자의 고통과 연대를 말하는 소설은 형식 측면에서도 개별적인 이야기를 한 데로 모은다. 초반부는 피해자 아이들이 1인칭으로 자신의 피해를 고백하고, 중반부엔 3인칭을 택해 제3자의 시각으로 피해 사실을 바라본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제목에도 나온 '4인칭'이라는 독특한 서술 방식이 이뤄진다. 여러 피해자의 이야기가 광범위하게 서술되며 이야기 밖의 피해자를 불러들인다.

소설은 이렇게 표현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와 소멸, 생성까지도 전부 '우리들'에 포함될 것이다. (…) 그러므로 '우리들', 4인칭들은 기억을 이어가야 했고,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는 아이들을 찾아야 했고, 치유해야 했다."

김 작가는 "초고에서는 4인칭 개념이 없었지만, 동료 소설가들과 비평하는 과정에서 한 작가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4인칭 개념을 이 소설에 적용하면 어떨지 제안해줬다"며 이 같은 서술 방식을 택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4인칭은 같은 개념을 공유하며 경험에 대해 소통하는 집단이라 생각합니다."

심사위원인 소설가 최진영은 "홀로 감당할 수 없기에 너와 나를 이은 우리의 기억으로 모아서 서로를 지탱해 주어야만 가까스로 윤곽을 그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며 "그와 같은 우리가 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롭고도 충격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랜 악몽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은 그는 어떤 새로운 소설을 보여줄까. 김 작가는 다음 작품 계획에 대해 "춤추고 노래하는 '자유로운 여성'에 대해 가볍게 쓰고 싶다"면서도 "장편처럼 긴 호흡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소설을 쓸 때는 피해자 중심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