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 일주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노벨평화상 추천 카드를 꺼내며 '트럼프 맞춤형 외교'에 나섰다.
28일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동맹 강화를 강조하며 처음 만남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 악수를 한 뒤 "매우 강한 악수였다"고 칭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 월드시리즈 경기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이끌었고,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내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벚나무 250그루를 워싱턴DC에 선물하고 일본 아키타현에서는 불꽃놀이를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을 직접 안내하며 등에 손을 얹는 제스처를 취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로 눈길을 끌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로 친분을 쌓았던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적극 활용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내게 당신(트럼프 대통령)의 역동적인 외교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는 2022년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한 '아베 후계자'를 자처한다. 이날 회담 통역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작은 총리'로 불린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이 맡았다. 그는 아베 전 총리 시절 트럼프의 일본 방문 때 근무한 인물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의 금박 기술로 만든 '황금 골프공'과 아베 전 총리가 사용하던 골프 장비를 선물했다. 아베 전 총리가 과거 '오모테나시(환대)' 전략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다졌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심지어 아베 전 총리와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도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내며 비슷한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뜻을 직접 전할 예정이었다. 백악관은 해당 사실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중재로 8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주장하며 노벨평화상 수상을 희망했지만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대단하다"고 평가했고 "우리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종종 공개적으로 핀잔을 주던 모습과 달리, 다카이치 총리에게는 칭찬 일색이었다고 전했다.
회담장 외부에는 미국 포드의 F-150 픽업트럭과 미국에서 생산된 도요타 차량이 전시됐다. 일본 정부가 포드 F-150 트럭 100대 구매를 검토 중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산 차량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였다.
도쿄타워, 스카이트리, 도쿄도 청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성조기 색상인 빨강·파랑·흰색 조명을 밝혀 미일 정상회담 분위기를 돋웠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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