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주스 될 거야. 꿀꺽. 나는야 케첩 될 거야 찍…. 이런 동요다. 2007년 김영광 님이 작사, 작곡했다. 토마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채소 중 하나다. 서양 음식에서는 주재료가 된다.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요기할 수도 있고, 간식으로도 좋다. 또 노래 가사처럼 주스, 케첩으로 가공하면 더 맛있다. 더 비싸진다.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빨간 옷을 입고~.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탐스러운 토마토가 눈에 보인다. 그리고 스스로를 고귀하게 평가한다. 새콤달콤 향기 풍기는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노래를 듣는 귀는 경쾌하다. 입에서는 군침이 고인다. 토마토 특유의 풍미를 떠올려 침샘이 자극된다. 이쯤 되면 토마토는 이미 위대한 존재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식한 토마토가 좀 더 나간다. 앞으로 뭐가 될지 말이다. 다시 노랫말을 보자. 나는야 주스 될 거야. 나는야 케첩 될 거야. 이렇게 선언한다. 그 자체로도 위대한 토마토는 이렇게 차원이 다른 얘기를 한다. 이는 이미 최고의 경지다.
"넌 커서 뭐가 될 거니?" 이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질문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커서 멋지고 뛰어난 사람이 되라는 의도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해 질문이 아니라, 정해진 답일 수 있다. 이런 세태에 태평양급 심오함으로 일갈한 사람이 있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바로 가수 이효리 씨이다. 이효리 씨가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했다는 유명한 이야기다.
정말 명언이다. 가장 쉬운 길이 ‘아무나’ 되는 것이다. ‘아무나’는 무엇일까? 그 심오함이 소위 ‘거시기’ 급이다. 누구도 모른다. 되고 싶은 사람일 수도, 또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 우리말의 심오함으로 좀 더 보면, ‘아무나’는 ‘별거 아닌 사람’이 아니다. 세상에 ‘별거 아닌 사람’은 없다. 그래서 ‘아무나’는 ‘누구나’와 같다.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나’인 ‘누구나’는 존중의 대상, 그 자체다.
여기에 대입해 보면 토마토는 대단하다. 이렇게 외치고 있다. 주스가 되겠다. 케첩이 되겠다. 사람의 ‘아무나’ 버전에 해당하는 ‘아무것이나’라 말하지 않는다. ‘생김과 그 용도’라는 ‘있는 그대로’를 잘 알고 있는 토마토는 새로운 잠재력을 말한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주스도, 케첩도 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가능성으로 연결한다. 동요 ‘멋쟁이 토마토’에 나온 토마토는 우주 그 자체다.
이 토마토, 코칭의 눈으로 다시 본다. 우선 토마토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존재를 강점으로, 그 강점을 자신감을 넘어 자부심으로 승화시켰다. 토마토 표면의 울퉁불퉁한 모습을 멋진 몸매라고 주장한다. 다른 누군가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관심도 없다. 그러니 통상의 멋진 몸매인 표면이 고르게 빠진 것과는 거리가 먼 '울퉁불퉁'을 멋진 몸매로 만들었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코칭이다. 왜? 본인의 선택이 될 수 없는 ‘울퉁불퉁’ 모양새를 ‘멋진 몸매’로 선택해, 이를 자부심으로 만든 것이다. 바꿀 수 없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강점으로, 자신감으로, 자부심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우주급 코칭이다.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토마토는 알고 있다. 토마토인 나는 주스가, 케첩이 될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한다. "주스가 될 거야. 케첩이 될 거야" 나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러니 누구든 나를 "원하는 대로 만들라"고 외친다. 코칭이 강조하는 ‘무한 가능성’이다. 멋쟁이 토마토는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이는 최고 경지의 코칭이 맞다.
코칭은 있는 그대로를 알게 한다. 그리고 존중해 준다. 강점으로 말이다. 그 강점은 자신감이 되고, 때로는 토마토의 경우처럼 자부심도 된다. 못난이 삼형제에게 ‘못난이’라는 있는 그대로는 자신감이자, 자부심이다. 우리는 ‘못생긴 것이 아니라, 못난이’라고 주장하는 이야기가 그 증거다. 그래서 코칭의 출발은 ‘있는 그대로’, 즉 존재 인정이다. 컨피던스 코칭이 지향하는 가치다.
5살 손녀에게 ‘멋쟁이 토마토’ 동요를 들려준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더임코치/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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