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 전시 입장료 유료화를 추진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전면 무료화된 이후 17년 만의 방향 전환이다. 유료화는 이르면 2027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처럼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장할 때도 돈을 내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17년 만의 유료화, 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8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박물관 유료화 준비 절차를 밟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연초부터 이달 중순까지 500만 명을 돌파하며 최고 기록을 실시간 경신하고 있다. 유 관장은 “관람객 규모가 프로야구 관중 수준에 이를 정도인데, 이는 박물관을 여러 번 다시 찾는 방문객 덕분”이라고 말했다.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민들의 문화 의식도 성숙해진 지금이 유료화 적기라는 게 유 관장의 판단이다. 최근 박물관은 관람객 급증으로 인한 주차장, 편의시설 및 식당 혼잡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시실이 너무 붐벼 관람이 불만족스러웠다는 후기도 증가하고 있다. 입장이 유료화되면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시설을 확충하는 등 박물관 경쟁력을 강화하는 자금으로 재투입할 수 있게 된다.
무료 관람이 ‘문화유산은 공짜로 감상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형성을 부추긴다는 이유도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를 전면 무료화했다. 유 관장은 지난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무료화 이후 다른 박물관에 가서 ‘국립중앙박물관은 무료인데 조그만 전시회에서 왜 돈을 받느냐’고 항의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여론은 대체로 호의적이라는 게 박물관 안팎의 판단이다. 문화계 관계자는 “국민소득이 오르면서 해외여행객이 늘었는데, 해외 미술관에 3만~4만원대 입장료를 낸 사람들이 ‘왜 우리나라만 입장료가 공짜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22유로),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16~19유로), 스페인 프라도미술관(15유로), 일본의 도쿄 국립박물관(1000엔)과 교토 국립박물관(700엔) 등은 모두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혜택은 서울 시민이 주로 받는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유 관장은 “입장료를 받아 관람객을 줄이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며 “유료화 이후에도 5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들어오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입장료 수천원 예상
박물관은 유료화를 본격 추진하기 전 관람객 통계부터 먼저 수집한다는 계획이다. 관람객의 국적과 연령 등을 알아야 합리적인 입장료 책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박물관에 예약제가 도입된다. 유 관장은 “관련 시스템을 정비한 뒤 박물관 예약제를 도입해 내년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며 “다만 인터넷 예약이 어려운 고령층 등은 현장에서 무료 티켓을 발권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시스템과 통계가 완비되면 문체부와 함께 공청회를 열어 입장료 액수와 유·무료 기준, 재방문객 혜택 등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유 관장은 “전국 박물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물관 유료화가 이뤄지더라도 입장료가 부담스러운 수준일 가능성은 낮다. 유 관장은 국정감사에서 유료화 관련 질문에 답하며 입장료 액수 예시로 20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취약계층과 노약자, 장애인 등은 계속 무료로 관람이 가능할 전망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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