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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방위산업체 ‘라인메탈’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 국가들이 재무장에 속도를 내면서다. 주가가 올해만 3배 가까이 뛰며 폭스바겐의 시가총액마저 제쳤다. 전쟁이 시작된 2022년부터는 약 1800% 상승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 회사가 종전 후에도 성장 여력이 있는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유럽 각국이 국방비 증액에 나선 만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재무장 흐름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라인메탈이 전차·포탄 등 지상 체계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해상·무인 체계로 다각화해 종합 방산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자동차·명품 기업 시총 넘어서
30일(현지시간) 독일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년간 254.2% 급등했다. 같은 기간 유럽 방산주 랠리를 함께 이끈 영국 BAE시스템스(46.4%), 프랑스 탈레스(65.9%), 이탈리아 레오나르도(133.8%) 등과 비교해도 상승 폭이 큰 편이다. 현재 이 회사 주가는 1730유로대에서 움직이고 있다.라인메탈은 지난 3월 시가총액 562억유로(약 93조 5000억원)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폭스바겐 시가총액(547억유로)을 넘어섰다. 유럽의 군사비 지출 확대에 힘입어 상승세는 계속됐다. 올 6월에는 구찌 등을 보유한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을 밀어내고 유로스톡스50지수 구성 종목에 편입됐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유럽 우량 기업 주식을 모아둔 주요 지수다. 이날 기준 라인메탈 시가총액은 약 900억유로에 달한다.

시장은 라인메탈이 종전 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 주가는 최근 3개월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관련 발언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타며 평화 협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헝가리에서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고 말한 직후 라인메탈 주가는 6% 하락했다. 이후 회담 개최가 취소되며 주가가 소폭 반등했다.
유럽 방위 산업 중장기 성장 전망
월가는 최근의 주가 흐름을 급등에 따른 단기 조정세로 판단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라인메탈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목표주가 2200유로)로 제시했다. 평화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안보 기조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작다는 이유에서다.특히 나토는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2029년까지 독일의 연간 국방 예산은 162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대비 70% 증가한 수준이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재무장을 시작한 이상 군비 지출 축소로 정책이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국방비 지출 증가세에 따라 라인메탈 수주 잔고는 확대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632억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6억유로 증가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약 800억유로 규모의 신규 수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으로 생산 기지도 확대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라인메탈은 유럽 전역에서 연간 약 70만발의 포탄을 생산 중이다. 지난 28일 불가리아와 화약 및 155㎜ 포탄을 생산하는 공장 건설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약 10억유로다.

미래 먹거리 확보에 총력
이 회사는 종전 후 수주 속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전차와 탄약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해상과 무인 체계 쪽으로 기술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인공지능(AI) 기반 방산 기업 안두릴과 드론 제작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양사는 안두릴의 자율무인비행체인 ‘바라쿠다’와 무인 전투기 ‘퓨리’를 기반으로 한 유럽형 모델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미사일 및 로켓 추진에 사용되는 고체로켓모터 제작도 협력한다.
지난달에는 뤼르센 그룹의 군함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뤼르센은 호위함과 소형 군함(코르벳함), 기뢰대응선박 등 수상전투함을 제조하는 해운 기업으로 독일 북부에 4개의 조선소를 두고 있다. 지난해 함정 제조 부문에서 약 10억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라인메탈은 2030년까지 해군 부문에서 50억유로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라인메탈의 목표 가격을 2225유로로 높이며 이번 인수를 주요 성장 동력으로 평가했다. 베렌버그도 목표주가를 기존 2100유로에서 2300유로로 상향 조정했다.

밸류에이션 부담은 높아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라인메탈 주가에 기대치가 반영된 상태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수익비율(PER)은 93.3배로 높은 편이다. 최근 이 회사 분석을 시작한 번스타인은 라인메탈 주가가 “완벽을 전제로 가격이 책정됐다”며 “현재 수준에서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목표 주가는 1960유로로 다른 기관보다 다소 낮게 평가했다.다음주 발표되는 3분기 실적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 2분기에는 독일 정권 교체에 따른 수주 지연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2분기 매출은 24억3000만유로로 시장 컨센서스(25억3000만유로)에 못 미쳤다.
당시 라인메탈은 하반기 주문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연간 전망치는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실적 회복 여부가 ‘방위 산업 붐’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짚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3분기 매출 시장 전망치는 28억8000만유로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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