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들은 관료와 정치인을 제외하면 현장 예술가 출신이 많았다. 유인촌·이창동·김명곤 전 장관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문체부 장관 중 기업인 출신은 최휘영 현 장관이 유일하다. 지난 7월 11일 대통령실에서 최휘영 당시 놀유니버스 대표를 장관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파격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다. 기업인 출신 문체부 장관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문화예술 분야의 직접적 경험이나 식견은 부족할 수 있지만, 기업인 특유의 합리성, 추진력, 균형감각을 갖췄을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다.최근 국정감사에선 “정부의 영화정책이 ‘지원’ 위주에서 ‘투자’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이 대통령의 국정 목표와도 부합하는 발언이다. 문화정책에서 지원과 투자는 근본적으로 철학이 다르다. 지원이 문화의 공공성, 예술적 가치, 생태계 다양성 확보에 방점을 둔다면 투자는 산업적 성장, 상업적 성공, 그리고 그에 따른 수익 회수를 목표로 한다. K콘텐츠가 세계적인 산업으로 부상한 지금 정부가 영화를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동력으로 보고 투자 관점을 도입하는 것 자체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반면 문화 생태계 활력에 필수적인 실험적·전위적·비주류 예술은 소외될 공산이 크다. 당장의 상업적 잣대로는 평가절하될 수 있지만, 바로 이 영역이 종종 ‘차세대 주류’를 탄생시키는 혁신의 원천이 돼 왔다는 건 역사가 증명한다.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만 매몰돼 문화산업의 연구개발(R&D)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적 실험의 토양을 메마르게 한다면 K콘텐츠의 장기적인 생명력은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
최 장관이 제시한 투자로의 전환은 분명 K콘텐츠 산업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합리적인 방향이다. 그러나 지원이라는 ‘뿌리’가 튼튼해야 투자라는 ‘열매’도 풍성하게 열릴 수 있다. 영화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상업적 성공을 견인할 투자와 문화적 다양성을 지탱할 지원 사이에서 현명한 균형점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기업인 출신 장관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합리성과 균형 감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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