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를 방문한다. 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황제’이자 세계 각국 정부를 상대하는 글로벌 ‘AI 세일즈맨’이다.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에게도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AI 시대를 뒷받침할 전력 수급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황 CEO의 우려는 지난 5월 대만에서 개최된 ‘AI 트렌드 인사이트 서밋’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AI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에너지”라며 “대만은 반드시 원자력 발전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전에 대고 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지난해 5월 취임사에서 대만을 ‘AI 아일랜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TSMC의 전력원을 뒷받침할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면서 민심이 요동쳤다. 급기야 8월 23일 대만에서는 원전 3호기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가 시행됐다. 총 590만6370명이 참여해 29.5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유효 투표 585만3125표 중 찬성 434만1432표(74.17%), 반대 151만1693표(25.83%)의 결과가 나왔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민진당 텃밭인 대만 중남부조차 60% 이상이, 3호 원전이 있는 남부 핑둥에서도 58%가 찬성에 표를 던졌다. TSMC 블랙아웃, AI 전력 수요 급증, 중국의 해안 봉쇄에 따른 에너지 위기 등의 우려가 민심으로 나타난 셈이다.다만 찬성표가 총유권자의 25%(500만523표)를 넘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재가동 안건은 부결됐다. 라이 총통은 “민의를 존중한다”면서도 여전히 원전 재개에 미온적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AI산업이 내년부터 극심한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의 전력 생산이 로켓처럼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현재 58기인 원전을 2035년까지 최대 180기로 폭발적으로 늘려 ‘글로벌 AI G1’에 오른다는 구상이다. 모두가 생존을 위해 원전에 목을 매는 이때 황 CEO를 비롯해 테크 거물들이 APEC CEO 서밋에서 ‘차세대 원자력 역할’을 주제로 머리를 맞댄다. 공교롭게도 APEC이 열리는 경주 일대는 원전 10기 이상이 밀집한 ‘K원전’의 최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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