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지난달 말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며 발생한 화재의 파장은 컸다. 정부 온라인 서비스 중단 사태는 한 달여가 지난 28일에야 완전히 복구됐다. 국회 국정감사에 따르면 100억원가량 손실이 났고, 데이터 일부는 영구 유실돼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민원 일부는 찾을 수 없게 됐다.이 사태로 충전 효율은 높지만 폭발 위험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대전에 본사를 둔 배터리 기술기업 스탠다드에너지의 김부기 대표(사진)는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지 않게 할 수 있느냐’는 궁금증이다. 그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후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부처 간담회에 참석해 관련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7일 인터뷰에서 “가볍고 충전 밀도가 높은 리튬이온은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에는 적합하지만 화재 위험 때문에 데이터센터나 에너지저장장치(ESS), 풍력·태양광 발전소, 전기차 충전소 같은 대형 시설에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규모 저장장치에 리튬이온을 쓰는 것에 대해 “단거리 선수에게 마라톤을 뛰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2013년 창업 후 7년여 연구 끝에 폭발 위험이 없는 물 전해액으로 만든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개발했다. 충전 밀도(전기 저장량)는 리튬이온보다 다소 낮지만 안전성이 훨씬 뛰어나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배터리산업협회(KBIA)의 단체표준 인증을 받았고, 올 1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롯데케미칼이 2022년 이 회사에 650억원을 투자해 지분 15%를 취득, 현재 2대주주다. 지난 7월에는 대전지하철 1호선 구암역에 이 배터리를 설치하는 등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김 대표는 전남과학고를 졸업하고 KAIST 기계공학과 학사 및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김 대표는 “대학 로봇동아리방에서 신문지를 덮고 자며 생활할 정도로 로봇에 미쳐 있었다”며 “방전되지 않고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로봇을 탐구하다 배터리산업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가’다.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유발하는 희토류를 쓰지 않으면서 재활용이 가능하고, 재료를 구하기 어렵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김 대표는 “인류의 80% 이상이 쓸 수 있는 유용한 범용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필/사진=문경덕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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