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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부지 타인의 사랑, 새로운 삶으로 피어났죠"

입력 2025-10-29 18:10   수정 2025-10-29 23:51

“얼굴도 모르는 분에게 장기를 기증받아 새 삶을 얻었으니, 갚을 수 없는 빚을 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떻게 조금이라도 갚아나가며 살아갈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장기·조직 기증자 유가족, 이식 수혜자, 기증희망 서약자들이 함께 노래하는 모임이 있다. 생명의소리합창단이다. 2015년 조직돼 올해로 활동 10주년을 맞았고,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제10회 정기공연을 열었다.

이날 공연 무대에 사회자로 오른 방송인 오수진 씨(가운데)는 이식 수혜자다. 30대 초반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생사의 위기를 넘나들다 뇌사자의 심장을 기증받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식 수술을 받은 다음해인 2019년부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매년 합창단 공연의 사회를 맡고 있다. 그는 “공여자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겨준 사랑이 장기 기증이라고 생각한다”며 “갚을 수 없는 빚에 대해 늘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기 기증을 받은 성악가들도 무대에서 ‘향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을 열창했다. 손기동 성악가(오른쪽)는 2010년 말 폐섬유화 진단을 받았다. 투병 중에도 ‘오늘이 마지막으로 노래할 기회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공연을 이어갔지만 건강은 악화했다. 7년여간 투병하다가 2018년 초 폐 이식을 받고 새 삶을 얻었다. 그는 “고압산소기에 의지해도 호흡이 힘들 만큼 생의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싶었을 때 숭고한 도움을 받았다”며 “지금 내 삶은 덤이자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해철 성악가(왼쪽)는 2009년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2011년 심장을 기증받았다. 그는 “심장을 이식받은 뒤에는 소리를 내지 못하다가 100일이 지난 후 무대에서 노래했을 때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꼈다”며 “기증자들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 나누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엔 기증자를 위한 헌정앨범을 내기도 했다. 두 성악가는 장기 기증 인식을 개선하는 생명나눔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 이식 수혜자는 새 삶을 얻은 뒤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오씨와 임 성악가는 “과거엔 앞날을 위한 성취를 중시했지만, 이제는 현재의 소중함을 느낀다”고 했다. 손 성악가는 “유가족들이 먼저 보낸 기증자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는 모습을 보며, 새로 얻은 삶에서는 열심히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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