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직전인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 ‘GTC 2025’에서 “한국 (산업) 생태계에 있는 모든 회사가 깊은 친구이자 매우 좋은 파트너”라고 치켜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GTC 2025에서 “한국을 방문할 때 한국 국민을 정말 기쁘게 할 발표가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과 어떤 협력을 기대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젠슨 황 CEO는 30일 서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만찬을 함께하고 31일엔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특별 강연을 한다.
젠슨 황 CEO의 발언에 대해 산업계에선 ‘엔비디아와 한국 대기업 간 AI 협력이 구체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SK, 현대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에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31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대규모 계약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사업 확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국이 엔비디아의 새로운 전략 시장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한국 기업으로서도 ‘품귀 현상’에 시달리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젠슨 황 CEO와 이 회장, 정 회장 등의 회동에선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 회동에 합류할 경우 SK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에 건립하는 7조원짜리 AI 데이터센터 관련 협력 방안도 만찬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젠슨 황 CEO가 GTC 2025에서 “현장에서 발표할 것이 많고, 이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알고 있다”고 말한 만큼 미국 본토에서의 협력 방안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예컨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용 칩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차에 공급하거나,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이 적용된 휴머노이드를 현대차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젠슨 황 CEO는 “우리는 삼성, 현대차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젠슨 황 CEO는 이날 핀란드의 통신장비업체인 노키아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2.9%를 확보한다고 밝혔다. AI 통신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황정수/신정은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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