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팀이 내세우는 가장 큰 성과는 투자 대상을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분야’로 한정한 것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업적 합리성에 대해 “투자 금액을 충분히 환수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판단은 미·일 관세협상 MOU와 동일하게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가 주도한다. 다만 한국 측은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협의위원회를 구성해 한국 측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분할 투자 방식도 한국만 관철한 조건이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합의한 대미 투자펀드는 3500억달러, 5500억달러다. 한·미는 대미 투자 연간 한도를 총 200억달러로 제한하고, 자금 투입도 사업 진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갖지 못한 권한이다. 전체 투자금의 43%에 해당하는 1500억달러를 조선업 투자 대상으로 한정한 것도 미·일 MOU엔 없다. 조선업 투자는 한국 측이 투자를 주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선산업 부활에 한국의 첨단 선박 제조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수익 배분 비율은 일본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다만 한국은 수익을 회수할 가능성을 높인 조치를 다수 확보했다. 일본과 동일하게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이 각각 수익을 5 대 5로 배분하고 원리금 상환 후엔 1 대 9로 나눈다. 다만 한국은 향후 20년 내 원리금 전액 상환이 우려되면 수익 배분 비율 조정을 요청할 권리를 갖는다. 전환사채(CB)를 발행할 때 주가에 따라 전환가격을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리픽싱 조항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개별 투자 프로젝트를 하나의 지주회사 산하로 묶어 손익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미·일 MOU에 없는 조항이다.
김 실장은 “엄브렐라(우산형) SPC를 만들어 사업이 더딘 쪽에서 (사업이) 잘된 쪽의 이익을 당겨서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 한국인 매니저를 선임해야 한다는 조항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이를 통해 사업 추진 과정에 한국 기업들을 다수 참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이날 한국과 일본의 대미 관세협상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일본이 확보한 안전장치는 한·미 관세협상에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며 ”(한국은)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본에 없는 몇 가지 장치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일 관세협상에는 안전장치로 △상업적 합리성 △연간 한도 △조선업 투자 명시 △분산 투자 △엄브렐라 특수목적법인(SPC) △한국인 프로젝트매니저(PM) 채용 △가산금리 상한 설정 등을 꼽았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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