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관세 협상 세부 내용에 합의하면서 국내 자동차와 반도체 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일본, 유럽연합(EU)의 15%보다 높은 25%의 관세를 내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는 이번 합의로 연간 3조원가량의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는 최대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했고, 한국의 새 먹거리인 제네릭(복제약) 등엔 무관세가 적용된다.
인하된 관세율은 다음달 1일 또는 12월 1일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적용 시점은 대미 투자를 위한 특별법이 한국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국과 미국의 산업부 장관이 관세 협상 내용에 서명하고, 국회에 설명하는 작업을 끝내자마자 입법 작업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한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기술 혁신 등으로 내실을 더욱 다지겠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작년 미국 자동차 부품 수출액이 82억2200만달러(약 11조7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25% 관세시 부품업계가 내야 할 연간 관세 비용이 20억5550만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관세가 15%로 인하되면 12억3330만달러(1조75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3분기에만 1000억원대 관세 비용을 떠안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도 관세 부담을 덜게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를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비중이 작아 관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메모리반도체 미국 수출액은 5768만달러(약 821억원)로, 같은 기간 메모리 전체 수출액의 0.4%에 그쳤다.
한국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에 있는 서버, 폰, PC 조립 업체에 일차적으로 수출된 뒤 미국으로 간다. 예컨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만 TSMC 공장에서 인공지능(AI) 가속기로 조립된 다음 미국 데이터센터에 수출되는 식이다. 관세를 내야 하는 주체가 SK하이닉스가 아니라 TSMC라는 얘기다.
다만 미국이 한국기업에 자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비중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등 간접적인 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 또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제네릭 의약품과 항공기 부품,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천연 자원 등은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경주=김우섭/양길성/박의명/하지은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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