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9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추가 상승 여력을 타진한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을지가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진행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SK하이닉스의 3분기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는 매출액 24조8684억원, 영업이익 11조5585억원이다.
관측대로라면 SK하이닉스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게 된다. 증권가 일각에선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12조원을 넘겨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호실적의 핵심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다. HBM은 범용 D램보다 가격이 약 5배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매출 기준 SK하이닉스 점유율은 64%로 1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21%, 삼성전자는 15%로 분석됐다.
범용 D램도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DDR4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6달러를 넘어선 건 2019년 1월 이후 6년8개월 만이다.
특히 이날 컨콜에선 차세대 HBM인 'HBM4'에 대한 내년 계획과 실적 가이던스(전망치)가 공개될 수 있어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경쟁사 중 가장 먼저 북미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한 이후 양산 준비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HBM4에서는 삼성전자도 새롭게 공급망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 파이를 나눠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의 예상보다 더 높은 가이던스가 나온다면 최근 '50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50만원) 돌파 이후 주춤하던 주가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대체로 낙관적이다. 국내외 36개 증권사가 제시한 SK하이닉스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55조1500억원으로 올해 추정치 대비 37% 이상 높다.
지난 20일 이후 SK하이닉스 기업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IBK투자증권 70만원, LS증권 61만원, KB증권 60만원이다. 이들은 3분기에 이어 4분기부터 SK하이닉스의 범용 D램과 낸드의 영업이익률(OPM)이 추가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사이클은 AI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장기 공급계약 비중이 확대되며 수요자 위주에서 공급자 중심의 기업간 거래(B2B)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며 "향후 메모리 업체들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요인으로 직결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내년에도 AI 중심으로 메모리 시장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에서 차별화된 실적이 가능하고 이러한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현재 주가는 저평가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호실적을 예견했다. 씨티그룹은 내년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을 81조5000억원까지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48만원에서 64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UBS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보고서에서 "내년은 10년에 한 번 오는 '메모리 반도체의 해'가 될 것"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폭발적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D램·낸드 가격이 분기마다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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