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이 해외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처음 1위를 차지했다. 유럽 같은 원거리 해외여행 만족도를 좌우하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대신 실질적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따라 순위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소비자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연례 여행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이 종합 만족도 점수 808점(1000점 만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스페인이 1위에 오른 것은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이어 포르투갈(793점), 체코(791점) 순이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조사가 불가능했던 2020~2022년을 제외하고 4년 연속 1위였던 스위스는 4위(789점)로 내려왔다. 5위는 크로아티아(781점)로 만족도 최상위 톱5 국가 모두 유럽이 차지했다.
그 뒤로는 하와이(780점), 이탈리아(778점), 뉴질랜드와 호주(각각 766점), 오스트리아(761점)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1위는 일본(756점)이다. 전체 순위는 전년 대비 한 계단 하락해 11위다.
해외여행 만족도는 평균 725점으로 작년보다 2점 하락했다. 권역별로는 유럽(752점)이 가장 높았고 지난해 유럽과 비슷했던 대양주는 크게 하락해(17점) 738점이었다. 다음은 미주(727점), 아시아(721점) 순이고, 아프리카(681점)는 다른 권역 대비 크게 뒤처졌다.
유럽 국가 가운데 고물가인 서유럽은 만족도 점수가 하락세를 보였고, 상대적으로 여행 경비가 적은 남·동유럽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1위), 포르투갈(2위), 이탈리아(7위)를 비롯해 동유럽은 체코가 5위에서 3위로 2계단 상승했고, 작년 사례수 부족으로 순위에서 제외됐던 크로아티아는 5위에 올랐다. 헝가리도 12계단 약진해 13위로 떠올랐다. 유럽 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와 먹거리, 여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인이 선망하는 인기 여행지이자 대표적 고물가 지역인 중·서유럽 국가는 하락세다. 지난해 나란히 1, 2위였던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각각 3, 8계단씩 떨어졌다. 프랑스(24위)는 11계단, 독일(30위)은 15계단이나 내려앉았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상대적으로 저비용·고만족 여행지인 남유럽·동유럽 국가의 순위가 크게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여행자의 만족도 판단 기준이 실질 가성비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해외여행 만족도 평균(725점) 이하 14개국 중 아시아 국가가 10개로 대부분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몽골(20위)과 중국(26위)도 하위권에 머물렀으나 만족도 점수의 대폭 상승(각각 +45점, +25점)에 힘입어 순위 9계단, 4계단씩 올랐다. 반면 사이판은 74점, 18계단 하락해 모든 국가 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주요 목적지별 만족도를 보면 한국인 여행객 선호도가 높은 아시아(일본·베트남·태국·중국·필리핀·대만·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주요 여행지를 비교한 결과 일본의 삿포로(786점), 오키나와(769점)가 1위, 2위를 차지했다. 3위 베트남 나트랑(762점)과 4위 푸꾸옥(761점), 9위 태국 치앙마이(735점)를 제외하면 만족도 상위 10곳 가운데 7곳이 일본 여행지였다.
동일한 국가 내에서도 만족도는 여행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일본은 1위 삿포로(786점)와 29위 나가사키(641점)간에 145점 차이를 보였다. 중국은 10위 후난(734점)과 30위 북경(612점)간 차이는 122점이다.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여전히 80%가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머물고 있다. 유럽·미주 등 원거리 해외여행은 작정하고 한 번 가는 '꿈의 여행'으로, 비용보다는 심리적 만족감이 우선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에는 물가·환율 부담과 안전·쾌적성 등 현실적인 여건을 중시하고, 낭만보다 실속을 찾는 흐름이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여행에 이어 해외여행도 가심비보다 가성비, 이상보다 현실적 만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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