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찾는 국립경주박물관은 천년 신라의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공간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 장소로 '한국의 미'가 응축된 경주박물관을 택했다. 경주박물관에는 신라의 유산과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건축물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국보인 '성덕대왕신종'은 이곳의 상징이다.
'에밀레종'으로 널리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은 묵직하면서도 신비로운 소리로 신라의 역사 자체로 평가받는다. 다만 한미정상이 그 깊은 울림을 직접 들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3년 타음(打音) 행사 이후 22년 만인 지난달 24일 조사 목적으로만 타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5년 부산 APEC 때 불국사를 방문해 성덕대왕신종을 본떠 만든 범종을 세 차례 타종한 바 있다.
104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신라 금관 6점도 한미정상을 맞는다. 경주박물관은 APEC 정상회의와 개관 80주년을 기념해 '신라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을 열고 있다. 교동 금관을 비롯해 서봉총, 금관총, 금령총, 천마총, 황남대총 등에서 출토된 금관이 전시 중이다. 금관과 금 허리띠 각 6점이 세트로 모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공간은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천년미소관'이다. 경주 APEC을 맞아 새롭게 조성된 이 공간은 본래 정상회의 만찬장으로 준비됐으며, 전통 한옥의 마당이 잔치와 만남의 장소였던 의미를 담았다. 단청 대신 목재의 질감을 살린 단아한 외관에 누각·기단·처마·서까래 등의 전통미가 조화를 이룬다.
한미정상회담장으로 낙점된 이후 경주박물관은 보안 태세가 한층 강화됐다. APEC 주간을 맞아 휴관에 들어간 박물관에는 경찰과 경호처 관계자 100여명이 현장을 점검하며 일반인 출입을 통제했다. 진입로에는 이중 펜스가 세워졌고, 소방인력도 비상대기에 돌입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APEC 기간 주요국 정상회담장으로 경주박물관을 적극 추천했다. 그는 추천 취지에 대해선 "신라의 금관이나 성덕대왕신종이 있는 경주박물관은 한국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라며 "신라의 유물뿐 아니라 당·서역의 교류 유물까지 전시돼 있어 역사적 상징성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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