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 모든 골퍼의 소망은 ‘굿샷’이다. 어렵게 친 공이 곧게 일직선으로 뻗어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욕심을 좀 더 내면 이븐파(기준 타수인 72타 기록)나 언더파(72타 이하 기록)를 치고 싶어한다.
‘골프 와인’으로 유명한 ‘1865’는 이런 소망을 담아냈다. 즉 18홀을 65타로 마감하는 것을 상징한다. 작년 말 현재 국내 골프 인구는 5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그 덕분에 ‘1865 와인’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정작 ‘1865 와인’은 골프 타수와 별 관련이 없다. 이 와인을 생산하는 칠레 와이너리 ‘산페드로(San Pedro)’의 설립연도를 기념하기 위한 이름이다. 2003년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딛고 마케팅 전략이 성공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2022년, 2023년에는 연간 100만 병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며칠 전 서울 종로 한식 퓨전 레스토랑에서 ‘1865 비러브드 에디션 론칭’ 기념행사가 있었다. 자신들 브랜드에 보내는 한국인의 큰 관심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실제 와인 라벨에 우리 민족 고유의 오방색과 문살 형상을 담았다. 그에 더해 한글 ‘일팔육오’를 라벨에 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와 함께 진행된 테이스팅에서는 모두 5개 종류를 선보였다. 그중 국내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베르네 소비뇽은 빼고 평소 접하기 힘든 ‘1865 프리미엄 와인’ 3종을 소개한다.
칠레 와인 수출량 기준 2위 업체인 산페드로에서는 그동안 대중성에 맞춰 중저가 ‘1865 카베르네 소비뇽’ 판매에 주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프리미엄급 와인 생산 및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저가’ 이미지를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다.
먼저 1865 ‘비러브드 소비뇽 블랑(Beloved Sauvignon Blanc)’을 맛보았다. 첫 모금에서 풋고추와 파프리카 향이 올라왔다. 강도는 중간 정도. 호주,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는 분명한 차이가 보였다.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태평양 한류 영향을 받은 레이다 밸리 기후 덕분’이라고 수입사 금양에서 알려준다.
다음은 ‘1865 마스터 블렌드(Master Blend 2017)’로 넘어갔다. 옆자리 참석자가 내놓은 즉석 평가를 그대로 옮기면 “알코올 향이 사라지고 포도 본연의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것. 그 표현에 공감한다. 풍부한 향과 맛, 밸런스에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금방 잡을 수 있었다. 메인 품종은 시라(60%). 그 외 말벡(16%)과 카베르네 소비뇽(14%), 프티 베르도(10%)를 함께 사용해 양조했다.
끝으로 1865 와인의 최상위 아이콘 ‘프렐루전(prelusion 2019)’과 마주했다. 첫인상은 짙은 레드 컬러. 첫 모금부터 비단 같은 느낌을 단박에 잡을 수 있었다. 부드러운 향과 깊은 맛은 보르도 와인과 상당히 다르게 다가왔다.
2023년 12월 국내에 처음 출시된 이 와인은 1865의 역사가 시작된 마이포 밸리 4곳의 포도를 사용해 양조했다. 해발고도 520~670m, 큰 일교차 때문인지 단맛과 향미가 강하다. 메인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72%)으로 카베르네 프랑(18%)과 메를로(10%)를 블렌딩했다.
이 와인의 병당 가격은 10만원대 중후반이다. 1865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5배 정도 높은 금액이다. 그러나 보르도나 나파 고급 와인과 비교하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골프 라운딩 후 1865 프리미엄 와인 한 잔으로 해저드와 벙커에 빠진 아픈 실수를 위로받으면 어떨까.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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