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단체 무비자 관광 제도가 시행되면서 성수동, 홍대, 강남, 명동 등 주요 상권에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도 점차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면세점,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은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매출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로 미국과 유럽의 개별관광객(FIT) 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남산타워와 성곽길, 에버랜드의 케이팝 테마 존에는 한 달 만에 15만명이 방문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침체던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특히 숙박업계는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강북의 4성급 호텔은 평균 객실 단가(ADR)가 3배 이상 상승했고, 객실 점유율(OCC)도 80%를 넘겼습니다. 다만 5성급 호텔의 객실당 매출(RevPAR)이 감소했지만, 3성급 이하 호텔은 증가했습니다. 이는 미국·유럽의 고소득층보다 중국·일본의 MZ세대나 동남아의 저가형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소와 생활형 소비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편 에어비앤비가 10월 16일부터 숙박업 신고가 없는 오피스텔 등록을 전면 금지하면서 약 3만실 규모의 불법 숙소가 퇴출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라 소형 오피스텔이나 꼬마빌딩을 정식 호스텔로 전환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홍대나 연남동 등에서는 공항철도를 이용해 들어오는 MZ세대 관광객을 겨냥한 게스트하우스 열풍이 일고 있으며, 2층 주택을 개조해 운영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특히 벙커 침대를 활용하면 대부분 방 하나에 8인까지 숙박이 가능한데, 이런 다인실 숙소의 하루 숙박비가 1만원대에서 3만5000원대로 오르면서 관광용 숙박시설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오피스텔 임대사업 운영자들도 기존 불법 숙박 대신 관광숙박업으로 등록해 합법적으로 운영하면 월 수익을 5배 이상 늘릴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던 오피스텔을 호스텔로 바꾸면 주말에는 50만원 이상, 주중에도 30만원대에 투숙객을 받을 수 있어 한 달에 최소 8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져 2030년까지 관광객이 30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오피스텔을 숙박시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더 확대될 전망입니다.
문제는 서울 역세권을 중심으로 전·월세 물건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주거용 임대상품이 숙박용으로 전환되면 월세 수익이 몇 배로 늘어나는 만큼 임대인 입장에서는 숙박업 전환을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이 영향으로 전·월세 공급이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을 촉구하던 생활형 숙박시설 등도 지금은 그냥 호텔로 운영하는 편이 수익성이 더 높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빈 상가나 오피스, 지식산업센터를 주거용이 아닌 숙박용으로 쓰이려는 시도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결국 코로나19 시기에는 코리빙 등 주거형으로 바꾸던 공간이, 숙박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시 원래의 숙박시설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건물 소유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가장 높은 방향을 택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입니다. 결과적으로 역세권 오피스텔이 하나둘 호스텔로 전환하면서 전·월세 물건은 줄어들 전망입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건축물의 용도 수요도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업무용·주거용·숙박용 등 건축물의 용도 전환이 보다 유연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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