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장중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까지 내려왔다.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에 합의하며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대미 투자 연간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6원78전 내린 142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9시24분 현재 환율은 1422원30전을 가리키고 있다. 전날 야간장에서 한때 환율은 1420원을 밑돌기도 했다.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외환시장에 안도감이 퍼진 것으로 해석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대미 금융투자 3500억달러(약 497조3850억원)에 대한 세부 내역을 밝혔다.
김 실장은 "3500억달러는 현금 투자 2000억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로 구성된다"며 "중요한 점은 연간 투자상한을 200억달러로 설정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0억달러 투자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연간 200억달러(약 28조5000억원)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 있고,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간 200억달러는 당국이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밝힌 마지노선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환율이 1421~1429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위 이코노미스트는 "200억달러 조달 방식으로 정부보증 해외채권 발행, 정부 기관 외화자산 운용 수익을 활용하는 방법이 제시됐다"며 "이는 통화스와프와 비슷하게 현물환 시장 직접 조달을 거치지 않아 국내 외환시장에는 충분히 긍정적인 재료다. 미·중 정상회담이 긍정적으로 진행되면 환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10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달러 가치가 반등한 점은 변수다. 미국 기준 금리는 기존 연 4∼4.25%에서 3.75∼4%로 내려왔지만, 인하 흐름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29일(현지시간) 오는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위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코스피 투자 규모를 웃도는 내국인 해외투자 영향으로 환율이 1440원대까지 올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 1400원 밑으로 떨어지려면 수급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는 금융·외환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형인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관계기관 합동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일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중 무역갈등,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금융·외환시장 24시간 합동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적으로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