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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빗썸 긴장, 글로벌 코인 공룡 판 흔들까

입력 2025-11-04 11:04   수정 2025-11-04 11:05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긴장감이 흐른다.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공식 재상륙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자본력과 글로벌 인프라를 갖춘 ‘거물’의 귀환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이 양분해온 독주 구도에 글로벌 강자가 뛰어들면서 새로운 활력에 대한 기대와 외국계 플랫폼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이용자 3억 명 바이낸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0월 15일 고팍스의 임원 변경 신고를 받아들이며 사실상 바이낸스의 국내 복귀를 허용했다. 2021년 자진 철수 이후 5년 만이자 국내 재진출 시도 후 2년 반 만의 일이다.

바이낸스는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핵심 요건인 은행 실명계좌 제휴를 확보하지 못하자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재진입을 모색하며 2023년 2월 고팍스 최대주주로 등극했고 고팍스의 대표를 바이낸스 관계자로 교체했다. 하지만 창펑자오 전 최고경영자(CEO)의 사법 리스크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미비 논란으로 당국의 승인 절차가 지연됐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별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를 두고 있지 않지만 대표 임원 변경 시 FIU에 신고해야 한다. 겉으로는 단순한 임원 변경 절차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당국은 이를 통해 대주주의 적격성을 검토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후 두 번의 대표 교체(고팍스)를 단행한 바이낸스는 이 과정에서 다시 FIU에 대표 교체 신고를 2023년 8월 제출했으나 수리가 미뤄지다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뀐 것이다.

창펑자오 체제가 정리되고 리처드 텅 CEO 체제로 전환되면서 미국 현지에서 바이낸스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해소됐고 고팍스가 정보보호(ISMS) 인증과 전북은행 실명계좌 체계를 유지하고 자금세탁방지(AML) 보고 시스템을 보강한 점이 승인에 힘을 실었다. 승인 절차를 기다리던 바이낸스는 2024년 하반기 고팍스 지분을 국내 클라우드 기업인 메가존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바이낸스는 고팍스를 품에 안는 데 성공한 것이다.

2017년 창립한 바이낸스는 단 6개월 만에 글로벌 1위 거래소 자리에 올랐다. 이후 8년 동안 왕좌를 내준 적이 없다. 전 세계 거래량의 약 40%를 점유하고 400개가 넘는 코인을 상장한 초대형 거래소다. 하루 평균 거래액(10월 29일 기준)은 206억 달러에 달한다. 2위인 바이비트 45억 달러와 비교하면 4.5배 차이 난다. 국내 1위인 업비트(19억 달러)와는 10배가 넘는다. 전 세계 누적 이용자는 3억 명 가까이 되고 순이익은 연간 5억 달러가량으로 추정된다.

국내 거래소가 원화 기반에 머물러 있다면 바이낸스는 엔·유로·위안·파운드 등 80여 개 법정화폐를 지원한다. 당장은 고팍스 인수를 통해 ‘원화마켓’으로 진입하지만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로의 확장 여력은 비교 불가능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매력적인 한국, 과제는 산더미

바이낸스는 수년 전부터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았다. 가상자산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FI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인 투자자는 총 1077만 명으로 조사됐다. 1년 새 11% 증가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인 5명 중 1명꼴로 코인 계좌 하나씩 들고 있는 셈이다.

최근엔 투자법도 다양해졌다. 코인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 ‘주식’을 사거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월(1~17일)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상위 20개 중 가상자산과 관련된 종목은 다섯 개에 달했다. 이중 순매수 규모 1위를 차지한 아이렌(옛 아이리스에너지)을 약 3억 달러 가까이 매수했다. 아이렌은 비트코인 채굴업체다. 비트마인의 하루 주가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티렉스 2X 롱 비트마인 데일리 타깃’에 2억8573만 달러가 순유입되며 2위를 기록했다. 비트마인은 세계에서 이더리움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당국의 승인이 떨어졌지만 바이낸스가 넘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 우선 바이낸스와 고팍스의 ‘오더북(호가창) 공유’와 같은 시스템 연동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바이낸스와 고팍스가 오더북을 공유할 경우 바이낸스가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것과 사실상 같은 효과를 내게 된다. 현행법상 오더북 공유는 금융당국의 별도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국내 업계 2위인 빗썸의 경우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호주 거래소 스텔라와 오더북을 공유했는데 당국은 이 과정에서 위법 여부를 조사 중이다. 당국의 보수적인 기조가 확인된 만큼 바이낸스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바이낸스가 내놓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국내에서는 레버리지 등 고위험 거래를 금지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파생상품 거래가 아예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고파이 사태’ 해결을 위한 재원 확보도 논의해야 한다. 고파이는 2020년 고팍스가 출시한 예치형 투자상품(코인을 맡기면 이자 최대 13% 지급)이다. 투자금은 해외 대출 플랫폼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에 재예치해 운용했다. 2022년 말 글로벌 거래소 FTX 파산으로 제네시스도 유동성이 막히며 고팍스가 예치한 약 1479억원이 회수 불가 상태가 됐다. 이로 인해 1만 명이 넘는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으며 일부는 상품 위험이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바이낸스는 2023년 고팍스 인수 과정에서 산업회복기금(IRI)을 통해 피해액 전액을 상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지급은 절반에 그쳤고 나머지 상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피해 보상을 했는지가 핵심인데 이게 아직 안 됐다”며 “바이낸스가 고파이 피해액을 책임지지 않을 경우 고팍스 인수가 무자본 인수합병(M&A)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업비트 독주 깨질까

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가상자산거래소 원화 예치금 현황’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총 예치금은 지난해 1월 5조2154억원에서 올해 1월 10조6561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자금이 쏠렸다.

올해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총 1162조원 규모였다(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업비트(833조원)가 전체 거래액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보였다. 빗썸(300조원)이 뒤를 이었지만 격차는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코인원 20조8000억원(1.8%), 코빗 5조5000억원(0.5%), 고팍스 2조8000억원(0.2%) 수준에 그쳤다.

국내 거래소 시장은 한동안 ‘업비트 독주 시대’였다. 2018년 당시 부동의 1위였던 빗썸을 처음으로 추월한 뒤 격차를 벌렸고 한때 점유율이 90%에 달하기도 했다. 2021년 이후엔 세계 2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거래량을 넘보기도 했다. 현재는 빗썸이 다시 맹추격하며 양강구도로 돌아섰다. 올해 기준 두나무는 재계순위 36위, 빗썸은 90위다(공정거래위원회).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면서 그간 업비트·빗썸의 양강 체제로 굳어졌던 국내 시장에 적잖은 변화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변경될 수수료 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저 수준(0.01%)의 수수료와 글로벌 유동성이 고팍스에 적용되면 국내 시장 판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 수수료는 각각 0.05%, 0.04%(쿠폰 적용 시) 수준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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