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존재일까?'
천문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이 단순하면서도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코스믹 쿼리>는 그가 2015년부터 진행해온 팟캐스트 '스타 토크(StarTalk)'의 '우주적 질문' 코너를 바탕으로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던져온 열 가지 우주적 물음을 과학과 철학, 유머로 풀어낸 책이다.
미국 헤이든 천문관 관장이자 미 항고우주국(NASA) 자문위원인 저자 타이슨은 칼 세이건의 뒤를 잇는 세계적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불린다. 대중에게는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의 진행자로 익숙하다. 복잡한 천체물리학 개념을 재치 있는 비유와 명료한 언어로 설명해 과학을 일상 속 대화의 주제로 끌어올렸다. 이번 책에서도 그는 "우리는 별의 후손"이라는 시적인 문장으로 우주와 인간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다.
책은 인류가 우주를 향해 품어온 궁금증을 열 가지 질문으로 정리한다.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우주는 왜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했을까?' 같은 질문들이다. 얼핏 철학적인 듯하지만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철저히 과학적이다. 빅뱅, 암흑물질, 다중우주, 양자역학 등 현대 천체물리학의 핵심 이론들을 최신 데이터와 함께 풀어내며 우주의 탄생에서 종말까지의 여정을 따라간다. 여기에 NASA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제공한 130여 점의 사진이 더해져 독자는 책을 넘기는 순간 마치 한 편의 시각적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듯한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타이슨의 강점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그는 "우주를 이해할 때 우리의 세계도 함께 팽창한다"고 말한다. 즉, 우주를 탐구하는 행위는 결국 인간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설에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로 이어지는 인식의 전환처럼 인류는 우주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며 '인간이 중심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에 도달했다. 타이슨은 그 이후의 질문을 우리에게 다시 던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

책의 구성은 '질문과 답'의 형식을 취하지만 단순한 Q&A를 넘어선다. 인류의 호기심이 어떻게 과학의 진보로 이어졌는지를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엮는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의 둘레를 계산했던 순간,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통해 달의 분화를 관찰하던 장면, 그리고 현대의 입자가속기와 우주선이 포착한 새로운 데이터까지, 우주를 향한 인류의 여정이 한 편의 모험담처럼 펼쳐진다. 덕분에 과학을 낯설게 느끼는 독자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특히 타이슨은 과학적 사고와 유머를 절묘하게 결합한다. 책 곳곳에는 그가 X(옛 트위터)에 남긴 재치 있는 문장들이 삽입되어 있다.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자신이 미미한 존재라고 느껴지는가? 그럴 필요 없다. 당신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는 별에서 온 것이다." 별처럼 반짝이는 이 한 문장은 과학이 결코 차가운 지식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를 포근히 감싸는 언어임을 증명한다.
<코스믹 쿼리>는 과학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철학서다. 빅뱅 이후 138억 년의 역사를 따라가며 우주를 탐구하지만, 그 끝에는 언제나 인간이 서 있다. 타이슨은 우주가 인류에게 던지는 수많은 질문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오래된 물음을 다시 불러낸다. 복잡한 이론 대신 쉬운 비유로, 거창한 결론 대신 열린 질문으로 마무리하는 그의 방식은 과학이 곧 사유의 행위임을 일깨운다.
책의 말미에서 그는 독자에게 이렇게 권한다. "숨 막히게 바쁜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가끔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 우주는 여전히 우리 위에 있고, 그곳엔 여전히 수많은 질문이 떠다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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