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의서커스 '쿠자(KOOZA)'가 7년 만에 서울을 찾았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빅탑(Big Top)과 거대한 '쿠자'의 조형물이 공연의 서막을 알렸다. 쿠자는 2007년 초연 이후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800만 명 이상 관람한 태양의서커스 대표작이다. 고가의 티켓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검증된 작품으로 통한다. 2018년 국내 초연 당시에는 서울 공연만으로 총매출 258억원, 관객 20만5000명을 동원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29일 공연이 한창인 잠실 빅탑을 찾았다. 평일 저녁임에도 객석은 빈틈없이 들어찼고, 공연 시작 전부터 뜨거운 열기가 공연장을 채웠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집대성
태양의서커스는 길거리 서커스단의 위상을 글로벌 투어 브랜드로 격상시킨 '현대 서커스'의 상징이다. 캐나다 퀘벡의 길거리 공연단 '하이 힐스 클럽(High Heels Club)'이 전신으로 1984년 공식 출범했다. 동물을 동원하지 않고, 서사를 도입하고, 라이브 음악과 무대미술을 결합해 전통 서커스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했다. 40여 년간 전 세계 86개국, 4억 명 이상의 관객과 만났다. 태양의서커스의 20번째 작품인 쿠자는 가장 대담한 공연으로 꼽힌다. 고난도의 곡예, 생생한 라이브 뮤직, 탄탄한 서사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라이브 공연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날 공연은 서커스라는 독특한 장르를 대중 공연예술로 확장시킨, 태양의서커스의 저력을 실감케한 무대였다. 언어의 비중이 높지 않은 시각 중심의 퍼포먼스는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는 글로벌 콘텐츠로 사업성을 입증했다.
쿠자는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분장을 한 배우들이 객석 사이를 누비며 팝콘을 뿌리고 짖궃은 장난을 친다. 일상의 영역에 있던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쿠자의 '세계관'에 빠져들며 예열된다. 극이 시작되면 눈이 번쩍뜨이는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펼쳐진다. 주인공 '트릭스터'가 붉은 마법 상자에서 튀어나와 봉을 휘두르면, 조명과 음악이 바뀌고 순식간에 판타지의 세계가 펼쳐진다. 공연 시작 5분도 채 안돼 관객들은 박수와 탄성을 쏟아냈다. 마치 단체로 마법에 걸린 듯한 분위기였다.
공포와 경외, 감정의 롤러코스터
쿠자는 본질적으로 서커스다. 서커스는 두려움과 경이로움이라는 감정이 교차하는 장르. 각국에서 모인 아티스트 54명이 등장하고 이들이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으로 가득하다. 특히 '휠 오브 데스'에서는 두 명의 아티스트가 거대한 바퀴 위에서 줄넘기를 하고 공중 점프를 펼친다. 관객들은 탄성을 내지르며, 때론 두 눈을 질끈 감는다. 7.6 미터 높이의 외줄에서 자전거를 타는 '하이 와이어'나 아티스트가 의자를 높이 쌓아올린 뒤 곡예를 펼치는 '밸런싱 체어'도 공포와 경외의 감정을 동시에 선사한다. 관객들은 '인간의 몸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두려움이 경이로움으로 전환될 때쯤, 서커스는 마무리되고 광대가 나와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그러다 또 곡예가 이어지며 관객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쿠자는 한 편의 교차편집된 영화처럼 다양한 감정이 빠르게 오간다. 공포와 유머, 서정적인 분위기가 전환되며, 느슨했던 분위기가 단숨에 고조되고, 새로운 기예가 등장할 때마다 관객의 감정도 함께 출렁인다. 그 수준은 탄성을 넘어 눈물까지 자아낸다.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이 공연은 단순한 묘기가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으로 하여금 ‘경이롭다’는 감탄을 이끌어낸다.
생각보다 탄탄한 줄거리도 극의 몰입에 한몫한다. 여타 서커스와 태양의서커스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쿠자'는 산스크리트어로 '상자', '보물'을 의미한다. 이야기의 주인공 ‘이노센트’는 마법사 같은 존재 ‘트릭스터’와 함께 환상의 세계를 여행하며 스스로의 힘을 찾아간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펑크, 전통 인도 음악, 팝 등이 어우러져 극에 긴장과 감동을 끌어올린다.

누구나 즐기는 편안한 공연문화
이 작품의 대중성은 편안한 공연문화에서 나온다. 쿠자는 무겁지 않다. 공연 중간에도 관객은 팝콘을 먹고, 몸을 흔들며 자유롭게 감상한다. 극 중간에도 배우들은 객석으로 내려와 함께 춤을 추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공연장에 양복을 입고 앉아있던 중년 남성이 배우와 함께 춤추고 머리를 흔드는 모습은 이곳이 정말 다른 세계라는 즐거움을 준다.덕분에 객석은 점차 진지함을 내려놓고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른다. 이번 아시아 투어를 기획한 김용관 마스트인터내셔널 대표는 “쿠자는 태양의서커스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웃음소리와 탄성이 터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은 1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조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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