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30일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SK텔레콤 사상 첫 법조인 출신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유심(USIM) 해킹 여파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재헌 신임 CEO는 법조인 출신으로 2020년 법무그룹장으로 SK텔레콤에 합류했다. 2021년 SK스퀘어 설립 시 창립 멤버로서 투자지원센터장을 담당해 전략, 법무, 재무 등 회사의 주요 부서를 총괄했다. 지난해 부터는 SK텔레콤 대외협력 사장으로 ESG · CR · PR 기능을 총괄하는 한편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거버넌스위원장을 맡아 그룹 전반의 경영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정 CEO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AI 추구가치와 행동규범을 구체화한 ‘AI 거버넌스’를 SK텔레콤에 정착시켰다. 사이버 침해사고 관련 고객 신뢰 회복과 정보보호 시스템 강화를 주도하면서 SK텔레콤의 AI와 통신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발생한 유심 해킹 사건으로 78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빠져나갔다. 통신 요금 50% 할인과 데이터 추가 제공 등 보상책을 내놨지만 이전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유심(USIM) 해킹 사고로 올 3분기 이동통신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00억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부과받은 1348억원 과징금도 영업 외 비용으로 반영됐다. 실적에 큰 파장을 일으킨 유심 해킹 사건이 이번 인사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SK텔레콤이 최초로 법률가 출신 전문경영인을 CEO 자리에 올리는 이유다. SK텔레콤은 정 CEO가 그룹 내 주요 요직을 거친 법률가 출신 전문경영인인 만큼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조직 내실을 단단히 다지고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기대했다. 더불어 AI 인프라 · 서비스 · 데이터 거버넌스의 연결을 통해 글로벌 AI 컴퍼니로 체계적 도약을 도모하는 데도 안정적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SK텔레콤은 새롭게 출범하는 통신 CIC(사내회사)장에 한명진 SK스퀘어 CEO를 새롭게 선임했다. 한 CIC장은 SK스퀘어 재임 기간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수익성 개선을 통해 SK스퀘어의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SK그룹 최고 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도 인사를 이어갔다. 이형희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SK㈜ 부회장단에서 활동한다. 4년 만에 SK그룹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온 것. SK그룹에서 2021년 장동현 부회장, 김준 부회장 이후 처음이다.
윤풍영 SK AX 대표는 수펙스추구협의회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커뮤니케이션위원장에는 염성진 CR팀장이 사장으로 승진, 보임됐다. 염 신임 위원장은 그룹 대외 협력 기능을 총괄하며 그룹의 전반적인 대외협력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현장형 리더다. 그룹 측은 현장 실무 경험과 연구개발(R&D) 역량 등 문제 해결 능력이 있고 고객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경영진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사업 체질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조직개편) 등 각 사가 당면한 과제들을 조속히 매듭짓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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